'조선 전기 미술' 이야기
박물관 대강당에 들어서는 순간, 공기 속에는 이미 기대와 설렘이 묻어 있었다. '조선 전기 미술'이라는 주제로, 유홍준 관장의 목소리로 들을 수 있는 강연이었다. 거기 모인 사람들은 미술관 전시를 보러 온 관람객이 아니라, 오래전부터 기다려온 연주회에 참석한 청중처럼 눈빛이 반짝였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유홍준 작가는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를 시리즈로 20권의 책을 쓴 작가 이기 때문이다.
이번 강연이 사전 예약 세 시간 만에 마감되었다는 소식이 이해가 되었다.
강연 주제는 '품격과 기상'이었다. 단어만 들어도 조선 전기의 푸른 하늘과 굳센 산맥, 그 속을 흐르는 바람이 연상된다. 유 관장은 첫 슬라이드에 백자 뚜껑 있는 항아리를 띄웠다. 그는 애국가 마지막 소절의 '이 기상과 이 맘으로'를 꺼내며, '그 기상은 아주 자신감 있고 장중한 것'이라고 말했다. 단순한 도자기 한 점이 아니라, 수백 년 전 한 장인의 심장 박동이 우리 앞에 도자기 형태로 서 있는 것만 같았다. 그것은 시대를 관통하는 자존심이자, 조선이라는 나라의 미의식이 응축된 결정체였다.
그가 보여준 화면 속 도자기, 청자, 괘불, 산수화, 민화들은 단순히 작품이 아니라, 그 시대 사람들의 마음을 비추는 거울이었다. 신사임당의 초충도에서 나비 한 마리를 가리키며 곤충 채집한 나비 아니냐고 농담을 던졌다. 웃음이 터져 나왔지만, 곧 이어진 말은 한층 깊었다. 좌우 대칭이 주는 정지감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 준다. 한 점의 그림이 주는 고요함이란, 화려한 감정의 폭발이 아니라, 하루의 마지막에 내리는 차분한 숨과도 같았다.
이암의 '화하구자도'를 이야기할 때, 그의 목소리는 한층 부드러워졌다.
"강아지, 아따~ 이렇게 사랑스럽게 그린 건 전 세계에도 드물 겁니다."
RM이 찍은 사진 한 장으로 사람들의 발걸음이 몰린 사연을 전하며, 그는 미소 지었다. 그 속에는 단순한 인기 이상의 것이 있었다. 수백 년 전 그려진 한 마리 강아지의 눈빛이, 지금의 반려견 문화와도 이어져 있다는 사실, 예술이 시간과 세대를 초월하는 방식을 설명했다.
유 관장의 강연은 지식 전달이라기보다, 한 시대의 영혼을 꺼내 우리 손에 올려주는 행위에 가까웠다. 그는 조선 전기의 미술을 단순히 감상하게 하지 않았다. 대신, 그 속에 깃든 기상과 품격이 숨결 속으로 스며들도록 만들었다. 미술은 그저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마주하는 것임을, 그는 끊임없이 상기시켰다.
강연이 끝나고도 박수 소리는 한동안 멈추지 않았다.
사람들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서로 다른 표정을 하고 있었다. 어떤 이는 오래된 친구를 다시 만난 듯 따뜻했고, 또 다른 이는 가슴속에 불씨 하나를 안은 듯 눈빛이 반짝였다.
아마도 강연을 들은 사람들은, 조선 전기의 품격과 기상을 단순한 미술사의 단어가 아니라, 자기 삶 속의 어떤 태도로 가져가게 되었을 것이다. 백자의 곡선처럼 단정하고, 산수화의 안개처럼 은근하며, 강아지 그림 속 눈빛처럼 따뜻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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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격과 기상"이라는 단어를 떠올릴 때, 더 이상 추상적인 개념을 생각하지 않는다. 유홍준 관장의 목소리와 함께 떠오르는 장면이 있다. 하얀 백자 항아리 위로 비치는 조명, 곡선을 따라 흐르는 고요한 자신감, 그 안에 서린 시대의 숨결,
숨결은 하루 속에 조용히 깃들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