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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 산행

835m 정상 백운대

by 현월안



서울과 경기 북부에 걸쳐 솟아있는 명산, 북한산 산행길에 올랐다.

도심의 북쪽 끝, 회색 빌딩 숲이 서서히 뒤로 물러나고, 눈앞에는 우직한 바위와 푸른 능선이 펼쳐진다. 글 쓰는 작가 여자 셋이서, 각자의 이유와 각자의 속도로 북한산에 오른다. 한 명은 오래된 서울의 숨결을 다시 느끼고 싶어 왔고, 한 명은 카메라에 바람과 빛을 담기 위해, 또 한 명 나는 억지로 끌려 나와 산이 주는 울림에 놀라며 오르고 있다.



공원지킴터에서 발걸음을 떼는 순간, 여자들 셋 사이에 말보다 많은 공기가 흐른다. 새소리가 선율이 되고, 야생화들이 눈인사를 건네고, 숲의 그늘이 어깨를 다독인다. 서로의 숨소리와 발자국 소리를 들으며 걸음을 맞춘다. 속도는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다. 단지 함께라는 온도로 맞춰 걷는다.



가파른 능선에 들어서자, 길은 더 가팔라지고 더 거칠어진다. 손과 무릎을 써야 하는 구간에서는 아무 말 없이 서로의 손을 내어준다. 뒤에서 밀어주고, 앞에서 잡아주는 손길이 따뜻하다. 그 짧은 찰나에도 함께 오른다는 말이 어떤 의미인지 온몸으로 느낀다. 삶의 길목마다 이런 손길이 있었다면, 아마 더 먼 길도 무섭지 않았을 것이다.



바위 사잇길에는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바람 속에서 북한산의 여러 모습을 드러낸다. 마치 세월이 바위를 깎아 만든 조각품 같다. 그 속에는 수백만 년의 시간과 인내가 스며 있다. 바위를 바라보며 수많은 시간을 떠올린다. 깎이고 다듬어지며 지금의 모습, 절경이 된 것이다.



능선은 날카롭고 발아래는 아찔한 낭떠러지다. 옆에 있는 이들이 있어서, 두려움마저 경이로움으로 바뀐다. 좁은문 앞에 섰을 때 셋 다 잠시 숨을 고른다. 한 줄로 서서, 몸을 바위에 밀착시키고 천천히 통과한다. 문을 지나자 시야가 열리고 서울이 발아래 놓인다. 도시의 건물들은 마치 조용한 모형처럼 고요하고, 그 위로 한 겹의 구름이 하늘을 덮는다.



정상 가까이에서 하늘과 눈을 맞춘다. 곧 백운대 정상에 다다랐다. 흰 구름이 머무는 자리, 거기엔 바람은 더 순수하고 하늘은 더 깊다. 정상에 오른 사람들의 환호가 뒤섞여 들려온다.

이미 무언가를 얻었다는 정상에 올랐다는 성취감이다. 울컥, 전해지는 알 수 없는 전율이 느껴진다.

순간 북한산 정상에서 느끼는 감정은 세상이 다 내 안에 들어오는 기분, 천상에 있는 듯하다.



정상에서 셋이 나란히 앉아 물을 나눠 마신다. 한 사람은 사진을 찍고, 한 사람은 눈을 감고, 한 사람은 멀리서 온 산새의 울음을 듣는다. 서로의 발걸음을 지켜보며 끝까지 함께 걸었다는 기억이 따뜻하게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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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은 셋을 위해 그 품을 열어 주었다. 산을 오르며 서로의 마음속에도 작은 길을 냈다. 언젠가 인생의 또 다른 능선 앞에서 기억할 것이다. 그때 더운 여름 셋이서 북한산에 올랐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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