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위로하는 소리

첼로의 저음은 땅속 깊이 뿌리내린 나무처럼

by 현월안




오랜 시간 함께 한 지인의 딸이 첫 첼로 독주회를 했다. 몇 달 전부터 초대장을 받아 두어서 지인들 몇몇 이서 함께 갔다. 첼로 연주회장에 들어서는 순간, 세상은 잠시 멈춘 듯했다. 무대 위 한 줄기 스포트라이트가 첼리스트를 비추고 있다. 그녀의 손끝에서 흘러나올 첫 음을 기다리는 공기마저 숨을 죽인다. 연주가 시작되자 부드러운 선율이 하나의 호흡이었고 깊이 다가왔다.



첼로의 저음은 땅속 깊이 뿌리내린 나무처럼 단단하고, 뿌리에서 흘러나오는 수분처럼 부드럽다. 악보의 음표를 연주하고, 음표와 음표 사이의 침묵까지 이야기하고 있는 듯하다. 음악의 선율은 때로 말을 대신해 내면의 기억을 꺼내어, 첼로 소리 위에 조심스레 겹쳐놓는다.



첼로 연주는 한 사람의 고백처럼 들린다. 타인의 숨을 받아들이고 자신의 호흡을 내어주는 겸손이 들어있다. 서로의 다름 속에서 조화를 찾아가는 듯 닮아 있다. 음악은 있는 그대로의 느낌이고 교감이라는 것을 첼로 소리가 조용히 가르쳐주는 듯하다.



러시아와 독일에서 공부하고 익힌 깊이 있는 해석과 자유로운 표현은 그녀의 첼로 소리에 묻어 있다. 마치 오래된 책을 읽을 때 느껴지는 낡은 종이 냄새처럼, 시간이 쌓아 올린 진정성이었다. 자신만의 음악을 찾기 위해 흘린 고독한 땀과, 고요하고 아름다운 노력이 담겨 있다.



공연이 끝나고도 한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마음속 어딘가가 울림으로 가득 차서 쉽게 발걸음을 뗄 수 없었다. 가까운 지인의 딸이라서 애정을 가지고 들었으니, 그 연주는 그저 귀로만 듣는 선율이 아니라 가슴으로 깊이 와닿았다. 그리고 내 안의 오래된 감정을 깨우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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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첼리소리는 천상의 첼로 소리였고, 마음이 전하는 위로였다. 음악이 가진 힘이란, 언어와 다른 대를 초월하고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보이지 않는 이음이다. 첼리스트의 손끝에서 울린 아름다움은, 아마 오랫동안 내 마음속에서 잊히지 않을 것이다. 그 울림은 삶 속에서 조용히 이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