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에서 삶의 철학이

그림에서 철학이 보인다

by 현월안



오랜 시간 미술서적을 읽는 것에 재미를 붙였다. 미술로 풀어낸 삶의 이야기와 인생철학이 들어있는 그림과 이야기를 만날 때 묘한 감동이 밀려온다. 김환기 화백의 예술 이면의 철학은 감동이다.



김환기 화가의 작품을 따라가다 보면, 화가라기보다는 철학자이자 시인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그가 남긴 수많은 점들은 단순한 무늬가 아니다. 세상과 인간, 자신을 응시한 끝에 남긴 생각의 흔적이다. 붓끝을 꾹 눌러 찍어낸 작은 점 하나하나는 우연 같으면서도 필연의 기록이고, 수많은 점들이 모여 캔버스를 가득 메우고 하나의 우주를 만들어 놓았다.



작고 덧없는 것으로부터 영원을 끌어내려는 의도가 아닐까 싶다. 그는 삶의 고단함 속에서 그림을 그렸다. 뉴욕에서 불법 체류자로 버티며, 목디스크의 고통을 견디며, 생계를 위해 넥타이에 점을 찍던 나날 속에서도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일상의 버거움이 점으로 독특한 세상을 만들어냈다. 남들이 화려한 붓질과 폭발적이고 화려하게 표현할 때, 그는 담담히 점 하나하나를 찍으며 인내를 축적했다.



김환기에게 점은 단순하면서도, 삶에 대한 철학적인 물음이다. 인간은 하나의 점으로 태어나, 수많은 점들과 어울려 관계를 이루고, 다시 하나의 점으로 소멸한다. 점은 시작이자 끝이고, 김환기의 점은 인간 삶의 순환을 캔버스 위에 시각화한 것이다.



그의 색채는 삶의 정서와 닮았다. 젊은 시절의 푸르른 점들은 꿈과 이상, 무한한 희망을 상징하고. 세월이 흘러 그의 몸이 무너지고 죽음을 예감하고부터는, 그림은 점점 어두워지고 검은 점들로만 가득 찼다. 단순히 미적 선택이 아니라, 한 인간이 자기 한계와 맞닥뜨린 기록이고 고백이었을 것이다.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그림으로 죽음을 응시했고, 그 응시는 하나의 아름다움으로 표현했을 것이다.



요즘 젊은 사람들이 김환기의 추상화 앞에서 주저하지 않고 감상을 즐기는 이유는, 해석을 강요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열린 세상이기 때문일 것이다. 점 하나하나가 보는 이로 하여금 감정과 생각을 자유롭게 받아들이고, 정답 없는 그림, 감정으로 읽어내는 그림이었을 것이다. 그의 작품은 시간이 흘러도 낡지 않고, 세대가 바뀔수록 더 친근하게 다가로는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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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환기의 미술 철학은 어쩌면 삶을 바라보는 방향과도 같지 않을까 한다. 거대한 사건이나 성취가 아니라, 매일같이 찍어내는 작은 점들 속에서 삶의 진실이 깃든다는 믿음. 세상은 넓고, 시간은 짧으며, 꿈은 무한하다는 희망이었을 것이다. 사실, 인간의 삶이 오직 세상에 점 하나를 정성껏 찍는 것이라는 것을, 그림 속에 이야기를 담고 있듯이. 점들이 모여 언젠가 하나의 우주가 되듯 말이다.



김환기 화백이 이렇게 묻지 않을까?
'당신의 점은 오늘 어디에 찍고 있는가'



그의 점은 모두의 삶을 비추고 있다. 작고 덧없는 순간들을 소중히 쌓아갈 때, 비로소 자기만의 점을 완성할 수 있듯이. 김환기의 그림 철학은 모두에게 묻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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