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대교의 불빛이 물결 위로 부서져내리는 순간
여행은 단순히 살던 공간을 벗어나 쉼을 하는 일이다. 일상의 시간을 내려놓고, 또 다른 삶의 숨결에 나를 맞추는 일이다. 통영으로 2박 여행을 갔다. 가족과 함께한 여정이었기에 조금은 특별했다. 통영의 바다 내음과 음식의 맛과 향이 우리 가족을 따스히 품어주었다.
항구에 닿자마자 바다의 냄새가 코끝을 스쳤다. 짭조름하면서도 신선한 바람이, 반갑게 맞아주었다. 고깃배가 실어온 생선들이 펄떡이고 살아 움직이는 시장은 생명력이 가득했다. 그 생명력을 그대로 눈으로 느낌으로 맛보았다. 맛있는 음식을 앞에 두고는 입안 가득 퍼지는 바다의 풍미는 음식 맛의 차원을 넘어섰다. 자연이 건네는 선물이었고. 그 순간의 기쁨을 온전히 음미했다.
케이블카에 올라 바라본 한려수도의 풍경은 또 다른 감동으로 밀려온다. 수많은 섬들, 점점이 흩뿌려진 바다는 붓으로 그려 놓은 수묵화 같은 풍경이고, 정상에서 바람을 맞으며 모두가 잠시 말을 멈추었다. 그 앞에서는 어떤 수식어도 부질없다. 눈에 담기는 것이 마음의 울림이고, 조용한 침묵이야말로 진짜 여행을 하고 있음을 알게 해 준다.
동피랑 언덕에는 골목마다 이어진 벽화가 동화 속 한 장면처럼 알록달록 다채로웠다. 통피랑 사잇길을 걷는 등 굽은 할머니의 해맑은 미소가 예쁘셔서 눈인사를 했더니 '어디서 왔는교' 하신다. 그 할머니 사투리를 듣고는 남편이 '대구 사투리 쓰시네' 한다. 사투리가 정감 있고 포근하게 다가온다.
유명하다는 카페 삼문당에 들어갔다. 잔잔한 음악과 함께 우리 가족 여행의 리듬을 정갈하게 다듬어주었다. 통영의 커피 맛은 바다 향과 어우러져 그 분위기에 더 맛있다. 커피의 역사와 맛의 종류에 대하여 커피에 관심이 많은 아들이 자세히 설명해 준다.
한참을 이야기 속에 빠졌다가 그곳에 딸의 선글라스를 두고 나왔다. 다시 돌아갔을 땐 그 자리에 선글라스는 없었다. '엄마 그거 아끼는 건데... ' 딸의 귀여운 푸념이 들어 있어서 아빠가 다시 하나 사주기로 하고, 마음을 달라고는 온 가족이 또 한바탕 웃었다.
저녁이 되고 통영의 바다는 다시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통영대교의 불빛이 물결 위로 부서져내리는 순간, 바다는 자연의 일부가 아니라 삶과 감정을 비추는 것처럼 느껴진다. 바다는 늘 같은 자리에서 출렁이지만, 바라보는 이의 마음에 따라 그 풍경은 달라진다. 내가 본 느낌은 세상 평화롭고 고요한 느낌과 마치 바다가 내 마음을 다 품어 줄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여행의 끝자락에서 문득 든 생각은, 아름다움은 멀리 있지 않다는 것. 대한민국 구석구석 어디든 마음을 열고 바라보면 조금씩 다르지만 모두 아름다움을 품고 있다. 여행지마다 특색이 있고 의미를 소중히 간작하고 있다는 것. 통영은 바다와 음식과 분위기와 아름다움을 많이 지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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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과 함께 바다를 바라보며 많이 웃고, 맛있는 음식을 나누며 감탄하고, 서로의 눈빛 속에서 작은 행복을 발견했던 시간이었다. 돌아오기 싫을 만큼 통영이 남겨준 의미는 크다. 통영은 우리 가족에게 따뜻한 기억으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