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시간 알고 지낸 사람이 조금 달라졌다
오랜 시간 모임에서 알고 지낸 사람이 조금 달라졌다. 애교 많고 배려있고 예의를 가지고 있던 그녀였다. 유순하던 사람이 다른 모습을 보이니까 당황스럽다. 무슨 일이 있는 걸까 하고 걱정이 앞선다. 요즘 여러 사람 대화 속에 그녀는 자주 날이 선다. 그 말끝에는 보이지 않는 화가 숨어 있는 듯하고, 표정에는 어딘가 모르게 무거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나만 느끼는 것이 아니고, 함께 지내던 이들이 모두 감지하는 기류라서 더 염려스럽다.
사람은 누구나 조금씩 변한다. 곁에서 오래 지켜본 사람일수록 변화가 크면 낯설게 느껴진다. 익숙한 얼굴에 낯선 표정이 걸려 있을 때, 오래된 친구가 맞나 싶을 정도로 당황스러운 순간이 있다. 밝고 명랑하게 웃으며 선물을 건네던 그녀였는데, 이제는 한숨과 침묵으로 바뀌어 있는 모습을 보면 안타까움이 앞선다. 그저 세월이 주는 자연스러운 흔적일까, 말 못 할 고민이 짓누르고 있는 것일까 궁금하기도 하고 염려가 된다.
사람은 왜 변할까. 사람은 나이를 들어가면서 조금씩 변한다. 육체가 노쇠해지듯, 마음에도 주름이 지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누구나 그 주름이 어색함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세월의 무게를 품으면서도 온화하고 깊은 빛깔로 물들어갈 수 있다. 마치 낙엽이 떨어지는 가을 숲이 쓸쓸하면서도 아름답듯이, 나이 듦도 고요한 품위를 가지고 넓고 따뜻함을 가질 수도 있는 것이다. 그녀의 변화가 마음의 병이 아니길 바란다. 그저 잠시 머무는 삶의 곡선이기를, 다시 밝음을 되찾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삶은 무게는 누구에게나 무겁다. 겉으로는 평온해 보여도, 한 사람의 가슴 안에는 누구도 모르는 돌덩이 하나쯤 놓여 있는 법이다. 그 삶이 너무 무거워질 때, 말투가 변하고 얼굴 빛깔이 바뀌고, 사람 전체의 분위기를 바꿔놓는다. 하지만 사람의 본질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잠시 짙은 구름이 머무르고 있을 뿐. 바람이 지나가면 하늘은 다시 푸르름을 되찾듯, 그녀도 또 원래의 온화함으로 돼 돌아올 것이다.
중년 이후의 삶은 새로운 인연을 맺는 것보다, 이미 곁에 있는 사람들과 잘 다독이며 함께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오래된 사람일수록, 서로의 변화를 조용히 받아들이고, 그 속에서 한동안 기다려줘야 한다. 주위의 사람들이 건강하고 따뜻하게 살아갈 때, 나의 삶 또한 그 여운을 받아 건강해진다.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몸과 마음이 건강해야 한다. 곁에 있는 오래된 인연 하나하나가 내 삶에 알게 모르게 스며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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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다시 웃음을 되찾기를 바란다. 주위의 모두가 삶의 무게에도 불구하고 곱고 온화하게 함께 물들어가기를 바란다. 오래된 인연은 그 속에 나의 삶이 들어있기에 소중한 사람이다, 그녀에게 지금은 일시적이고 별일 아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