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단한 일상의 만족
물건을 사고
내 손끝에 닿는 영수증은
단순한 것이 아닌
잠시라도 공허를 달래주는
작은 위로의 증서다
누구는,
한 번의 선택으로
값비싼 물건을 손에 넣는다
명품 앞에서 스스로를 증명하고,
한순간의 완벽한 만족을 누린다
누구는,
몇만 원의 작은 기쁨을 여러 번으로 나누어,
기다림의 이유를 만든다
사소한 필기도구, 작은 립스틱,
눈길을 붙잡은 셔츠 한 벌,
단지 물건이 아니라
삶의 지루함을 이겨내는 조각난 응원이다
무엇을 샀는지는 이내 잊히더라도
사는 순간의 두근거림,
포장지를 벗길 때의 작은 설렘은
분명히 몸속 어딘가에 새겨져
쌓인 피로를 녹인다
물건을 소유하려는 것은
물건을 통해 자기 자신의 확인이다
선택할 수 있다고,
누릴 수 있다고,
살아 있다고,
확신이 쇼핑백 속에 담겨 있다
사고 또 사고
쾌감을 얻고
또 후회를 하고
왜 반복할까?
그건,
진심으로 원하는 것이 물건이 아닌
살 수 있다는 감각,
삶을 스스로 선택한다는
자유로운 착각 때문이다
깨닫는 순간 알게 된다
물건을 사는 일은
물건을 사는 것이 아닌,
나 자신을 다시 한번
본래의 자리로 불러오는 일임을,
환상은 덧없다
물건은 금세 빛을 잃고,
공허가 다시 찾아온다
진정한 해결은
더 많은 소유가 아니라
덜 지친 나, 덜 상처 난 마음이다
삶의 무게와 균형을 맞추는
작은 휴식 같은 비밀,
그럼에도
사람은
다시 손을 뻗는다
물건을 사면서 느끼는 쾌감은
살아있음을 확인하는
고단한 일상의 만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