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 달리는 인생

어느 라이더의 희생

by 현월안


길 위에 달리는 인생

도로 위는 늘 바쁘다

빨간 신호등마저 잠시의 쉼일 뿐,
곧 다시 초록빛에 쫓겨
누군가의 식탁과 시간으로 달려간다


그 길 위에서 한 사람은

가장의 무게를 실은 채
몸을 바치듯 달린다
낡은 오토바이의 엔진 소리가
가계부의 빈칸을 메워주길 바라며,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
하루를 14시간씩 살아낸다


길은 언제나 위험하다
더 큰 위험은
생명을 수치로 바꾸는 제도 속에 있다
수락과 건수라는 숫자가
안전보다 더 높은 가치를 갖게 된 사회,


사람이 달리는 것이 아닌,
사람을 태운 기계가 달리는 것,

과속은
욕심이 강요한 속도였고,
신호위반은 무모함이 아닌
살아남기 위한 본능이다


길 위에서 시민은 두려워하고,
라이더는 두려움을 삼켜야 한다

삶이란 무엇인가
노동이란 무엇인가
사람을 살리기 위해 달린 길이
죽음으로 내몬다면,
어떤 사회를 달리고 있는가


길 위에서 달리는 인생은
결국 자기 자신이 아니라
모두의 거울이다
한 사람의 희생은 구조의 균열을 드러내고,
남겨진 질문은 모두에게 책임을 묻는다


길 위에서 달리는 인생은
결코 혼자의 인생이 아니다
누군가의 식탁과 시간을 위해 존재하고,
누군가에겐 안전과 무관하지 않다


달리는 이들의 삶이
더 이상 눈에 보이지 않는

소모품이 되지 않도록,
안전은 권리가 되어야 하고,
노동은 존엄이 되어야 한다


오늘도,

길 위에서 누군가 달린다
그의 엔진 소리가
어제 보다는 좀 더 나은
삶의 노래가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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