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멀홀랜드 드라이브'를 보고

그곳은 꿈과 사랑, 욕망과 죽음이

by 현월안



밤의 도로 위, 헤드라이트가 꿰뚫는 어둠은
꿈과 현실의 경계를 흔들며 흘러간다
차 사고에서 깨어난 한 여인은
자신의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한 채
낯선 집의 그림자 속으로 숨어든다


그곳에 도착한 또 다른 여인,
할리우드의 화려한 네온을 믿으며
꿈의 도시를 찾아온 베티

그녀는 운명처럼 마주한 리타를 감싸 안고,
사라진 이름을 찾아 떠나는 여정 속에서

사랑과 연민을 가장한 욕망의 얼굴을 본다


낮의 식당, 커피 향에 뒤섞여 떠도는 공포.
악몽에서 본 남자가 현실로 걸어 나오고,
그 순간 삶과 죽음은 숨결 하나로 갈린다

무대 위 배우가 아닌, 관객조차 아닌
그저 누군가의 꿈속에 놓인 인형일 뿐,


한편 젊은 감독 아담은
권력의 그림자에 짓눌려
자신의 선택조차 빼앗기고,
사랑이라 믿었던 관계마저
배신의 침대 위에 무너진다


그리고 두 여인
카밀라와 다이안,
사랑은 꺼지지 않는 불꽃같았으나
빛은 곧 질투의 그림자로 변하고
애정은 증오의 칼끝으로 바뀐다


그녀는, 결국 사랑을 지우기 위해
사랑을 죽음 속으로 밀어 넣는다

멀홀랜드 드라이브,
그 길은 단순한 길이 아니다
현실을 가로지르는 도로이자,
무의식의 미궁으로 빠져드는 심연


그 위를 달리는 자는
자신이 누구인지 묻다가,
끝내 대답 대신 침묵 속으로 추락한다


꿈은 현실을 미화하고
현실은 꿈을 처벌한다
빛나던 스타의 환상은
깨어나는 순간
허무라는 이름으로 변한다


'멀홀랜드 드라이브'
그곳은 꿈과 사랑이 욕망과 죽음이
한 몸처럼 뒤엉켜 있는 길


끝내 살아남는 것은
이름 없는 공허,
그리고 사라져 가는 허무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