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중고 서점'

나의 좋은 놀이터

by 현월안



우리 동네 중고 서점이 생겼다


낡은 표지에 손때 묻은 활자들이
한때 누군가의 밤을 지켜주고
또 다른 이의 새벽을 위로했던 흔적처럼
책은 떠나도 여전히 말을 건넨다


값은 저렴하지만,

그 속에 담긴 생각은 가볍지 않다
시간을 건너온 문장들은
종이 냄새 속에 숨어 있다가
다시 눈을 만나는 순간,
새 생명을 얻어 살아난다


동네 중고 서점의 넓은 공간은
마치 오래된 숲 같다
책과 책 사이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들이
나무의 뿌리처럼 얽히고설켜,
서로에게 잇는다


누군가 남긴 책은 다른 이의 보물이 되고,
보물은 또 다른 마음에 불을 지핀다
책의 흐름 속에서 알게 된다
소유란 잠시 빌려 쓰는 것일 뿐
사유는 나누어질수록 깊어진다는 것을,


책은 종이로만 살지 않는다
읽는 순간, 의 일부가 된다
누군가 남긴 책 하나가

새로운 생각의 길을 열어주고,
누군가에겐 또 다른 삶의 지도가 된다


우리 동네 중고 서적 파는 곳은
내게 아주 유용한 곳이다

나의 놀이터이고
시간의 교차로이고
세상이 건네는 무언의 대화이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중고 서적은 단지 저렴한 선택이 아닌
세상과 더 오래, 더 넓게 연결되는
소중한 다리다


심심할 때 그곳을 찾는다

숨어 있던 철학서가
손에 닿는 순간,
누군가의 추억이 나에게 스며들고,
내가 읽은 문장은
새로운 삶의 한 페이지가 된다


그곳에 머물다 보면 알게 된다
책은 단지 물건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을 잇는 다리이며,
마음을 건네는 연결이라는 것을


서점,
그곳에 들어서는 순간
나는 조금 더 따뜻해지고,
조금 더 풍요로워진다

책이란
나를 너머 세상과 끊임없이 대화하는
가장 좋은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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