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여름휴가

청송 얼음골

by 현월안



한여름의 폭염은 도시의 모든 기운을 앗아간다. 촘촘한 도시의 빌딩 사이로 아른거리는 아지랑이는 숨조차 무겁게 만든다. 차가운 에어컨 바람조차 오래 맞고 있으면 이내 피로로 변한다. 우리 식구들은 잠시 도시의 소란을 벗어나, 이름만으로도 시원한 경북 청송의 얼음골로 여름 여행을 떠났다.



청송은 마치 오래된 시인의 한 구절 시처럼, 푸르름 자체가 이름이 된 곳이다. 차창 밖으로 흘러가는 풍경은 끝없이 이어지는 산과 계곡, 바람에 흔들리는 초록빛 들판이 장관이었다. 도시에선 보기 힘든 것들 멀리서 들려오는 매미 소리, 한가롭게 풀을 뜯는 소가 보이고,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느리고도 깊게 다가왔다. 그곳의 시간은 마치 세상의 시곗바늘이 잠시 멈춘 듯 평화로웠다.



얼음골 약수터에 들어섰을 때, 우리 가족은 동시에 탄성을 내질렀다. 입김이 나올 만큼 서늘한 공기가 달랐다. 바위 틈새에서 맺힌 차가운 물방울이 다르고, 이마에 닿는 냉기는 석빙고 속에 들어선 듯했다. 가족들은 양손으로 약수를 받아 연신 마셨다. 차가움이 이속까지 스며드는 순간이었다. 삶이란 뜨겁고 메마른 길을 걷다가도 예기치 않게 차가운 샘물을 만나는 일이 아닐까.



신성계곡에 들어서니 나무들이 우거진 숲길 사이로 햇살이 반짝이며 떨어졌다. 시원한 물줄기가 발목을 감싸 안았다. 오래된 피로가 씻겨 내려가는 기분이었다. 계곡을 따라 걷다가 공룡 발자국 화석을 만났을 때, 한동안 말을 잊었다. 1억 년 전 거대한 생명의 흔적이 눈앞에 있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순간 살아 숨 쉬는 일 또한 얼마나 기적 같은가를 새삼 알게 해 주었다. 우린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그 자국을 따라가며 여유롭게 상상의 날개를 펼쳤다.



여행 내내 우리 가족은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함께 웃고 함께 감탄했다. 도시에선 늘 시간에 쫓겨 흩어져 있던 대화들이 다시 이어졌다. 작은 것에도 고마워하며 함께 있는 것만으로 충분히 충만했다. 청송의 계곡과 숲과 그리고 얼음골은 가족 모두의 마음에 쉼표와 여유로움을 내어주었다.



돌아오는 길이 조금은 아쉬웠지만, 창밖으로 저녁노을이 물들어가고 있었다. 여행은 단지 낯선 풍경을 보는 일이 아니고 잊고 지낸 서로의 얼굴을 다시 들여다보고, 일상의 소음을 잠시 내려놓고, 함께 숨을 고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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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송의 고즈넉한 마을에서 보낸 네 밤은 충분히 충전했던 시간이었다. 가족이 다시 하나의 호흡으로 살아가도록 해주는, 작지만 깊은 선물이었다. 도시로 돌아와 다시 뜨거운 여름 속에 놓이더라도, 다시 기억할 것이다. 차갑게 스며들던 얼음골의 바람과

푸르른 숲의 향기와 그리고 서로를 바라보며 웃던 그 순간들이 있었다.

그 기억은 앞으로도 삶의 뜨거운 길 위에서, 다시 시원한 그늘이 되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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