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미노 하야토' 피아니스트

예술의 전당

by 현월안




글 쓰는 작가 중에 피아노 소리에 빠진 사람이 있다. 그녀는 프로만큼 피아노를 잘 친다. 피아노 연주회가 있으면 어디라도 찾아다닐 만큼 피아노 사랑에 빠진 사람이다. 그 여인의 손에 이끌려서 스미노 피아노 연주회에 갔다. 스미노 피아니스트는 일본 도쿄대 공대 출신이라는 이력을 지닌 피아니스트다. 스미노 하야토가 예술의 전당 큰 무대에서 연주회를 했다. 그는 전통적인 클래식 교육을 밟지 않았음에도, 음악의 길 위에서 스스로의 언어를 찾아냈다. 손끝에서 흘러나오는 선율은 마치 잘 정돈된 질서와 혼돈이 맞닿는 느낌이었다. 또 다른 순간에는 깊은 숨결처럼 가만히 다가오는 고요가 참 좋았다.



스미노의 연주는 섬세하다. 건반을 소중하고 고요히 다룬다는 의미다. 한 음 한 화음을 터치할 때마다 청중은 소리에 담긴 투명한 결을 느낀다. 바람에 스치는 나뭇잎의 떨림과 마음결에 고요하게 내려앉는 느낌이다. 새벽녘 심장 속에서 일렁이는 작은 파동과 모든 느낌을 건반 위에 새겨낸다. 섬세함은 듣는 이의 마음을 얇은 유리처럼 투명하게 만들고, 투명함 속에 나의 가장 내밀한 감정을 비추어 보게 된다.



그의 연주는 섬세하고 분명한 리듬과 힘이 있다. 아마도 그가 수학과 공학을 통해 체득한 세상의 질서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리듬은 단순히 소리의 반복이 아니라, 삶의 심장 박동과 닮아 있다. 스트라빈스키의 '불새'를 연주할 때, 거슈윈의 '파리의 미국인'을 펼쳐낼 때, 춤추는 무희 같았다. 자유로이 흘러가는 재즈의 느낌과 리듬감은 청중을 붙잡고, 새롭게 일깨우듯 했다.



스미노는 한국에서 많은 영감을 얻는다고 한다. 한국의 풍경과 한국인의 밝은 인상이 좋다는 그는 한국의 느낌을 고스란히 자작곡 야상곡에 한국의 겨울을 담아냈다. 그의 선율을 듣고 있으면 차가운 겨울 하늘 아래 숨결처럼 피어나는 따스함과 쓸쓸함이 동시에 감돈다. 건반을 통해 한국의 계절과 정서를 함께 해석해내고 있는 듯했다.



스미노 하야토의 연주는 다양한 색채를 담고 있다. 삶의 경계에 머물지 않고, 경계를 넘나드는 연주다. 과학과 예술의 경계, 일본과 한국이라는 문화, 클래식과 재즈라는 장르, 자신을 가두지 않고 자유로이 오가며 충분히 감정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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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연주는 희망을 건반에 새겨 넣었고 청중에게 은 감각을 들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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