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여유가 있어서 아름다운 계절
입추가 지나고 처서가 지나고 달력 속의 계절은 가을을 향해 가고 있다. 아직 낮의 햇볕은 여전히 여름의 흔적을 놓지 못한 듯 강렬하다. 그래도 가을이 오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아침저녁으로 불어오는 선선한 바람이 코끝을 스치고 미세한 공기에서 알게 된다. 계절은 늘 눈에 띄지 않는 틈새에서 아주 비밀스럽고 은밀하게 다가온다.
가을은 나뭇잎이 붉고 노랗게 물들 준비를 하는 것처럼, 지난 계절의 뜨거운 흔적을 정리하고 새로운 빛깔을 덧입을 준비를 한다. 매미의 울음 대신 귀뚜라미의 청아한 소리가 밤공기를 채우고 나의 내면에도 어느새 고요하고 사색적인 울림이 자리를 잡는다.
가을은 성급하지 않고 여유가 있어서 좋다. 봄처럼 급하게 피어나지도 않고, 여름처럼 불타오르지도 않는다. 겨울처럼 무겁게 내려앉지도 않는다. 가을은 그저 천천히 그리고 살며시 다가와 감정을 감싸 안는다. 잊고 있던 감정을 꺼내어 보여주고 깊이 숨겨둔 생각과 마주할 시간을 선물한다. 그래서인지 가을은 때로 쓸쓸하기도 하고 때로는 따뜻하기도 하다. 또 어떤 순간엔 아득하게 그리움을 안겨준다.
새벽녘 한 잔의 차가 따뜻하게 느껴지는 계절이 가을이다. 포근한 스웨터에 손이 가고 그 여밈이 마음까지도 포근해진다. 치열했던 여름의 열기를 지나고 알맞은 기온으로 잠시 숨을 고르게 된다. 내가 누구인지,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다시 묻게 되는 사유의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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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엔 여전히 뜨거운 햇살이 내리쬐지만, 그 안에는 이미 가을의 기운이 스며들고 있다. 계절이 바뀌는 것은 단순히 날씨의 변화도 있지만, 시선이 바뀌고 마음이 달라지는 과정이다.
'다가올 가을은 네게 어떤 풍요를 줄까'
흔들리며 물드는 나뭇잎처럼 치명적인 아름다움을 품게 되는 것이 가을이고, 또 새로운 나의 가을 이야기가 시작될 것이다. 가을은 감성이 깊게 물드는 사유의 계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