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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빛 남한산성

가을빛 물드는 남한산성, 글 쓰는 이들과 걷다

by 현월안



남한산성의 성곽 위,
햇살은 낮게 드리워
돌계단마다 오래된 숨결을 비춘다


붉고 노란 낙엽이 바람에 흩날려
마치 시간마저 느릿하게 흐르는 듯,
서로의 발자국 소리에 귀 기울인다


글을 쓰는 사람들과 함께

남한산성에서 가을맞이를 한다


각자의 언어로 세상을 빚는 이들,
오늘은 모든 걸 내려두고
눈과 마음으로 문장을 짓는다


돌담 너머로 보이는 능선,
그 너머로 이어진 역사가
무겁게 내려앉아 가슴을 채운다


임금이 피신했던 곳에서
푸른 하늘을 바라보며
오래전 누군가의 결단과
그리고 두려움의 순간을 떠올린다


가을빛이 성벽을 감싸며
포근하게 안아주고
낙엽 사이로 스며드는 바람은
말 없는 이야기를 건넨다


자연과 인간,

역사와 마음이
하나로 이어져 있다


성곽 모퉁이에서 아래를 본다
산과 강, 빌딩과 숲,
멀리 아스라이 멀리 바다까지
끝없는 시선이 펼쳐진다


한 줄 글 속 세상을 표현하는 사람들,
오늘은
성벽 위 바람과 햇살 속에서
세상 모두가 한 편의 시임을 느낀다


햇빛에 반짝이는 낙엽은
마음속 문장들을 씻어주고,
또다시 쓰고 싶은 욕구를 채운다


남한산성 주변 길에서
시선과 숨결, 발자국과 마음은
가을빛 속으로 스며든다


자연과 역사를
한 호흡으로 느끼며,
한 편의 긴 문장을 엮어낸다


결국
시간도, 인간도, 자연도,
서로에게 빚지고 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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