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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함에서 새로움으로

그 길을 거꾸로 걸어본다

by 현월안




아침마다 걷는 오목공원 길,
열 번 백 번 밟아온 길,
발자국이 묻어 길조차

부르는 듯한 곳
문득,
그 길을 거꾸로 걸어본다
같은 풍경인데,
낯선 새 느낌이 눈에 들어온다


낯익음은 마음을 편안하지만,
편안은 때로 걸림돌이 된다
익숙하다는 말속에 숨어 있는
미세한 변화를 외면한 채,
어제를 오늘이라 믿으며 살아간다


어제의 내가 오늘의 내가 아니듯,

변화를 못 본 척한다
머리카락에 내려앉은 세월조차
한순간에 인식될 뿐,
사이사이 쌓인 작은 차이를

지나쳐 왔음을
뒤늦게 안다


낯섦은
잊고 있던 새로움의 문을 여는 일,
새로운 바람과 향기
낯섦은 두려움이다

하지만,
그 속에는
떨림이 숨어 있다


삶은
익숙함을 깨뜨리고,
낯섦을 끌어안는 순간

새로워진다


익숙한 길에서

또,
낯선 길로 한 발 내딛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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