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문턱

나뭇잎은 푸름을 내려놓고

by 현월안



아침 공기 속에는
보이지 않는 결이 숨어 있다
여름의 열기를 다 태워낸 듯,
투명하고 맑은 숨결이
코끝을 스치고 지나간다


나뭇잎은 푸름을 내려놓고
붉음과 노랑을 준비한다
변화는 소란스럽지 않게
조용히
조금씩 빛깔을 바꾼다


매미의 울음이 끝나고
밤의 자리는

귀뚜라미에게 내어 주었다
그 소리는 들을수록 고요하고,
고요할수록 더 또렷하다
삶의 소음 속에서도
진짜 목소리는 조용하고 맑다


가을은 여유롭다
봄처럼 피어나려 달려들지도,
여름처럼 불타올라 소진되지도 않고
겨울처럼 무겁게 누르지도 않는다


천천히,
조용하게 곁으로 와서
사유의 시간을 건네준다

아침에 마시는 차 한 잔이
여유롭게 느껴지는 것은
아마도 가을 감촉이 포근하게
토닥여주기 때문이다


가을은,
저무는 해와 떠오르는 달이
한 하늘에 걸려 있는 순간과 닮았다
그 문턱에서
무엇을 내려놓고,

또 새로 시작해야 할까


가을엔,
고요하고 부드럽게 마음을 감싸며
스스로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여유의 시간을 내어준다


가을의 모습은
바깥 풍경이 아니라
내 안으로 차분하게 물드는 사유다

저만치 가을이 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