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와 깊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인연
세상을 살아가면서, 누군가와 깊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인연 하나만으로도 큰 위로를 얻는다. 오래 알고 지내는 글 쓰는 친구, 그녀가 그런 사람이다.
그녀는 3년 전 목동에서 강남으로 이사를 갔다. 같은 동네에 살 때는 자주 만났다. 세상의 무게를 덜어내듯 삶의 이야기를 나누고, 세상일에 함께 고민하곤 했다. 그런데 거리가 멀어지면 마음도 조금씩 멀어지기 마련이다. 어쩔 수 없는 현실 앞에 아쉬움이 있었다. 그러다가 그녀가 기발한 아이디어를 찾아냈다.
생각해 낸 방법은 의외였다. 한 달에 한 번, 우리 동네 도서관에 오는 것이다. 목동에 살 때, 그녀의 집은 도서관 앞에 있었다. 늘 그곳에서 책을 빌리고, 도서관 오가며 글을 썼다. 강남에도 도서관이 있을 터인데, 그녀는 굳이 목동 도서관을 찾는다. 그 이유는 책을 빌린다는 이유이기도 하고, 그리고 무엇보다 나를 만나기 위해서라고 한다.
도서관의 규정은 14일 대출. 책을 다섯 권 빌리면 보름 안에 반납해야 한다. 목동에 있는 회사에 다니고 있는 그녀의 남편이 반납을 맡고, 그녀는 여전히 한 달에 한 번, 의도적으로 우리 동네를 찾는다. 그녀는 웃으며 '덕분에 책을 더 많이 읽게 됐어' 하지만 나는 안다. 그 속뜻은 책 보다 내게 있다는 것을. 나와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누고 싶은 생각이 컸을 것이다.
그녀가 오는 날이면 하루가 특별해진다.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고, 이야기 속에 푹 빠진다. 책 이야기를 시작으로 세상의 굴곡진 이야기까지 이어지다 보면, 시간이 늘 모자라다. 누군가와 코드가 맞아 대화를 이어간다는 것, 대화 속에서 내 삶이 빛을 되찾는 경험은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서로 글을 쓴다는 공통점이 있다. 글을 쓴다는 것은 외로운 일이고, 스스로를 끊임없이 성찰하고 공부해야 하는 과정이다. 그렇기에 비슷한 고민을 품은 사람과 나누는 대화는 서로의 마음을 비추는 힘이 된다. 그녀와 나 사이에는 알 수 없는 울림과 오랜 믿음이 있다.
우리 둘은 커피를 좋아한다. 그녀는 커피 상식을 많이 알고 있고 서두르지 않고 한 가지씩 깊이 있게 풀어낸다. 듣다가 보면 커피 이야기가 재미있다. 커피 한 잔 속에 담긴 향과 깊이를 음미하며 삶을 이야기한다. 커피 향이 퍼지는 순간, 대화는 더 진지해지고 마음은 더 부드러워진다. 성향이 비슷하고, 말하는 결도 비슷하다. 그래서 만남은 늘 자연스럽고 헤어짐이 아쉽다.
그녀는 세상에서 드물게 만나는 귀한 사람이다. 늘 말을 겸손하게 하고, 배려가 몸에 배어 있고, 대화를 이끌어갈 줄 안다. 그녀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상대를 존중한다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지 새삼 알게 된다. 세상에 이런 사람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 만큼 소중한 사람이다.
글을 잘 쓰는 작가라서 그녀가 매력 있고, 그녀가 가진 삶의 태도와 겸손과 따뜻한 마음, 그리고 사람을 존중하는 깊이가 있어서 배우게 된다.
내일은 그녀가 우리 동네 오는 날이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마음이 가벼워진다. 오래된 인연이 주는 선물은 잔잔하면서도 편안함이 있다. 꾸준히 이어지는 만남과 사소한 배려, 그리고 따뜻한 대화는 인생에서 가장 값진 보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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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며, 책 이야기와 삶의 무게를 나눌 것이다. 그녀와 함께하는 하루는 내 인생의 귀한 문장 한 줄이 되어, 오래도록 마음속에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