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차의 깊은 맛

보이차에는 삶의 맛이 들어 있다

by 현월안




한 잔의 보이차 맛에는,
먼 산의 안개가 드리우고
낯선 땅의 바람이 스친다

그 속에는 수백 년을 살아온
묵직한 삶의 깊이와
고된 상인들의 발자취가 담겨 있다
험한 산길을 넘고, 깊은 계곡을 건너며
사람과 사람이 이어져 온 길,
차마고도의 긴 호흡이 고요히 스며 있다


보이차는

세상의 깊이가 들어있는 맛이다

물의 온도에 따라, 기다림의 길이에 따라
깊은 숨결을 달리 내는 맛이다


비에 젖은 산길,
사람의 땀이 배어 있다
천 년을 넘어 흐른 교역의 숨결이
한 모금 속에 녹아들어 있다


인류의 발자취만큼이나 오랜 뿌리를 품고,
삶의 미학처럼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은 맛이다


보이차는

귀한 몸이라서 진짜와 덜 진짜가 있다
빛나는 이름 뒤에 숨어드는 그림자
보이차를 아는 만큼 욕심을 내는 사람들,


보이차의 맛은 삶과 닮았다
쉽게 다가갈 수 없으나,
알게 되면 쉽게 놓을 수 없는 맛,


보이차는

단순한 음용이 아니라

존재의 흐름을 음미하는 일이다

과거와 현재,

타인과 나,

자연과 인간을 동시에 삼킨다


한 모금은 현재를,
또 다른 한 모금은 과거를 마시게 한다
마침내 남는 것은,
'인간과 자연이 함께 빚어낸 깊고 고요한 향기'


보이차는,

세월이 깊어질수록 향은 더욱 은은해지고,

기다림이 길수록 맛은 더욱 진해진다

그것이 삶이라는 맛처럼,

내가 즐겨마시는 보이차는

세월을 담은 맛,
사유를 덮고, 기다림을 알고

세상의 이치를 마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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