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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와 이웃들

by 현월안


철공소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

가난한 시골에서 태어나 힘겹게 세상을

살아냈다고 입버릇처럼 얘기하던 할아버지도

코로나를 이겨내지 못했다

가족이라고는 아들 하나를 두었지만

젊은 나이에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금실이 좋았던 할머니는 7년 전에 암으로

먼저 보내고 세상에 혼자 남은 몸이 되었다

가족이 그리워 당신 몸을

혹사시키지 않으면 견딜 수가 없다며

철공소 불은 저녁 늦게까지 늘 꺼지질 않았다

할아버지의 몸을 깎고 갈아내듯이 인생의

고단함과 외로움을 쇳덩이에 녹여냈다


동네에서 만능박사로 통했던 강씨네

철공소에는 모터 달린 물건과 쇳덩이를

녹여서 만드는 솜씨는 비상했다

고물이나 다름없는 허름한 물건들이 강 씨

할아버지 손을 거치면 생명이 연장되었다

한자리에서 49년을 살았으니 세월의

지문이 켜켜이 쌓여있고 이 시대의 마지막

남은 근현대사가 그곳에 있었다


장례식장에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가장 친하게 지냈던 갑장 김 씨 할아버지가

처량하게 나지막이 곡소리를 읊조린다

장례식장은 죽은 망자가 머무는 곳이 아니라

살아있는 자들이 머무는 곳이다

이웃이 가족이었고 눈만 뜨면 보았던 주변

사람들에게 가장 인간적인 가슴으로 세상을

살아낸 삶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늦은 저녁까지 모여 앉은 이웃의

누렇게 뜬 얼굴을 통해 확인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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