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에게서 온 고구마 두상자
가을은 결실의 계절이다. 한 해 흘린 땀방울이 곡식과 열매로 응축되어 식탁 위에 놓인다. 그 결실은 마음을 나누는 선물이기 때문이다.
며칠 전, 정이 많은 남동생에게서 고구마 두 박스가 택배로 왔다. 그 안에는 고향의 바람과 햇살, 그리고 부모의 그리움까지 담겨 있었다. 상자를 열어보니 흙냄새가 은은히 풍기고, 붉고 단단한 고구마가 오래전 우리 집 광 속에서 꺼낸 듯 정겹게 쌓여 있었다. 순간 어린 시절 겨울밤, 아궁이에 불을 지피고 가마솥에 고구마를 삶아 먹던 기억으로 돌아갔다. 그때의 고구마 맛은 참 맛있었다. 배고픔을 달래는 음식이기도 했고, 가족의 온기를 확인하는 의식 같은 것이었다.
동생이 보낸 고구마를 보며, 그 속에는 고향 집을 지키는 동생의 의지와, 부모님의 흔적, 형제간의 두터운 정이 겹겹이 배어 있다. 고구마의 단맛은 동생의 마음에서 비롯된 것임을 안다.
사람과 사람이 정을 나눈다는 것은 오고 가는 정이다. 사회는 점점 개인화되고, 각자의 삶이 바쁘다 보니 형제, 이웃, 친구와의 정이 희미해져 간다. 고구마 두 박스는 그 흐름을 거슬러, 아주 귀하고 속 깊은 동생의 뜻이 들어있다.
동생은 고향에서 사업을 한다. 오랜 시간 해오던 사업이라서 아무런 문제 없이 안정되게 이어가고 있다. 동생이 직접 농사를 짓지는 않는다. 고향에서 나오는 특산물을 직접 구입해서 수시로 그리고 골고루 서울에 사는 누나들에게 전해준다. 지난달에는 복숭아 두 박스가 와서 아주 맛나게 먹었다. 사업을 하는 사람이라서 통이 어찌나 큰지, 작은 것, 안 좋은 것은 보내지 않는다. 서울에 사는 두 누나에게 똑같이 보내고, 누나들은 고향의 맛을 수시로 맛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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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사로운 햇볕과 촉촉한 비, 바람에 실려 온 이야기를 품은 고구마는 고향의 소식이고 남동생의 인정이고 부모님의 향기다. 동생이 보내주는 손길은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다. 그 손길에는 삶을 되새기게 하는 철학의 알맹이다. 진심이 담긴 동생의 마음은 가을날 그 어떤 햇살보다 따뜻하다. 대대 손손 이어오신 종갓집 종부 아버지에게서 배운 큰 뜻을 남동생은 귀하게 실천하고 있다.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