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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밑, 그림자가 기울었다

가을이 오고 있다

by 현월안



숨이 턱 막히도록 뜨거운 여름 한가운데서 문득 하늘을 올려다본다. 햇빛은 여전히 거세게 내리쬐고, 공기는 무겁고 축축하게 내려앉아 있지만, 이상하게도 바람 끝에서 익숙한 냄새가 느껴진다.

이 더위가 영원하지 않으리라는, 아주 오래된 진실이 희미하게 스쳐간다. 여름이 아무리 더워도 가을은 반드시 온다. 단순한 계절의 변화가 아니라 자연의 질서다.



시간은 끊임없이 흐른다. 흐름은 반복되고, 같은 자리로 돌아오지 않는다. 시간은 직선처럼 뻗어가지만, 자연은 원을 그리며 반복한다. 사계절은 순환의 연속이다. 겨울의 적막을 깨우는 봄, 봄의 설렘을 데우는 여름, 그리고 그 열기를 식히는 가을. 순환은 사람이 만든 어떤 것보다 규칙적이다. 그런 질서 속에 살면서도, 종종 그 흐름의 당연함을 잊는다. 여름이 길고 힘들면 덥다고 짜증을 낸다. 영원할 것처럼 느껴지지만 계절은 사람들 곁에 그리 오래 머물지 않는다.



여름은 펄펄 살아있는 인생의 절정처럼 느껴진다. 모든 것이 과하고, 뜨겁게 넘쳐흐른다. 그 절정은 오래 머물지 않는다. 가을은 어느새 발끝에 와 있고, 풀벌레 소리와 나무 그늘의 그림자가 벌써 다르다.

자연은 여유로움이자 넉넉함이다. 시간은 말한다. 모든 것은 지나간다고.. 시간의 흐름 앞에서 생명체는 다소곳해질 수밖에 없다.



사람은 세상 속에서 아주 작은 존재다. 여름의 폭염 앞에서 불안해하고, 왕짜증을 낸다. 아무리 사람이 강한 것처럼 흉내 내더라도, 자연 앞에서는 작아진다. 더위가 언제 끝날까 걱정하고, 가을이 오면 이 평온함이 언제 깨질까 또 걱정한다. 현재에 붙잡혀 다른 것을 잊고, 멀리 내다보지 못하고, 순간의 찰나 속에 사람은 살고 있다.



계절이 바뀌는 것은 단순한 자연의 바뀜 아닌 것이, 삶의 리듬을 되새기게 하는 자연의 알림이다.

봄의 시작은 희망을 주고, 여름의 폭염은 생의 의지를 주고, 가을의 수확은 여유를 주고, 겨울의 고요는 준비를 의미한다.

여름이 아무리 뜨거워도, 가을은 오고야 만다. 그 진실은 고통 속에 있을 때, 어쩌면 가장 위안이 되는 말이기도 하다. 어둠은 늘 새벽을 품고 있으며 절정은 내려감의 알려주기 때문이다. 지금 여름 뜨거움이 아무리 힘들어도 영원하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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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어느 날 기다림 없이 온다. 시원한 바람과 무관하게 나만의 속도로 다가온다. 조급해하지 않아도 된다. 그저 자연의 흐름을 받아들이면 되지 않을까 싶다.

지금 여름이 아무리 찜통이어도 가을은 오고 있다. 마무밑 그림자가 벌써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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