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을 잃는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봄날 피어난 벚꽃처럼
기억이 한 장 한 장 흩날려
바람 속으로 사라지는 것을
어떻게 붙잡을 수 있을까
엄마가 깊지 않은, 가볍고 예쁜 치매를
앓다가 돌아가신 지 2년이 되었다
상실로 인한 엄마의 흐려진 눈빛을
또렷이 기억을 한다
기억을 잊는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사랑했던 사람들을 잊어버리는 일은
세상이 무너져내리는 일이다
치매는
결코 단순한 병이 아니다
세상 일을 구분하지 못하는 일,
주체가 흔들리고 주변 사람이 흔들린다
'어떻게 하면 치매를 피할 수 있을까'
이름을 부르면
늘 꽃처럼 대답하던 목소리를
끝까지 잃지 않을 수 있을까
전문가는
배움 속에 답이 있을지 모른다고,
새로운 자극을 주는 순간
뇌 속 작은 불빛 하나가 켜지고,
익숙한 길 대신 낯선 길을 걸을 때
신경세포들이 서로 살아난다고,
기억은
마음을 흔드는 파동임을 알기에,
낯선 언어의 단어 하나,
서투른 피아노 건반의 울림,
모든 배움이
내 뇌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손길이 되어
잊음의 어둠을 더디게 한다고,
치매는
인간의 삶 속에 함께 놓인
어두운 그림자라는 것을
피할 수 없다면, 늦추는 것
늦출 수 없다면,
함께 살아내는 것이다
함께 살아내는 일,
그게 쉬운 일이 아니다
백세시대에
치매는 흔하게 다가오는
나이 듦의 그림자라도
많이 늦추고 싶다
그리고
글을 쓰고 책을 읽고
사람의 얼굴을 기억하고
햇살의 따사로움을 기억하고...
지금부터
나를 잃지 않는 법을 고민해야 한다
'어떻게 하면 치매를 피할 수 있을까'
살아내는 방식을 좀 더 다르게
확 깨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