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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으로서의 소설가'를 읽고

무라카미 하루키 자전적 에세이

by 현월안



질문이 있다
왜 소설가인가,
왜 이 길을 택했는가,
무엇이 매일 새벽 책상 앞에 앉히는가


답은 화려하지 않다
거창한 신념도, 사회적 선언도 아니다
그저 커피 향에 젖은 고요한 시간 속,
문장을 짓는 기쁨,
단어가 손끝에서 퐁퐁 솟아나는 그 감각이
그를 다시 불러 세웠다


세상은 말한다
문단의 틀에 들지 않는다고
그는 귀를 닫은 채,
침묵 속에서 오직 문장을 세공했다
소설은 투쟁의 무기가 아니라
삶을 살아내는 방식,
자신을 치유하는 통로,
세상과 은밀히 대화하는 언어다


문학상이 필요 없다는 작가의 오만이 아닌
어떤 상보다 더 중요한 확신이 있었다
'내가 만들어낸 이야기가
누군가의 마음에 닿는다'는
단순하고도 강력한 실감
그것이면 충분했다


진실은 먼 데 있지 않았다
그의 창고 속 잡동사니,
추억과 꿈, 음악과 도시의 냄새,
그 평범한 재료들을 엮어내는 순간,
마법은 조용히 태어났다


소설은 늘 그렇게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는 매직이다

소설을 쓴다는 것은
한없이 개인적이고도 체력이 소모되는 일,

몸을 단련하듯 문장을 단련하고,
시간을 끌어안아 내 편으로 만드는 일이다


제정신으로는 불가능한 장편 쓰기의 광기에
스스로 뛰어드는 일
그 광기 속에서
쓰는 이는 가장 자유로운 인간이 된다


'예술가일 필요는 없다, 자유인이면 된다'

단호한 선언은
소설을 예술의 높은 단에 올려놓기보다
삶의 평범한 맥박 위에 내려놓는다


그의 문장은 숨을 쉬고,
세상 곳곳으로 흘러갔다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는
문학 경영의 규칙도,
자기 정당화의 변론도 아니다


살아가는 방식에 대한 묵묵한 대답,
'나는 이렇게 살아왔고
너는 너의 방식으로 살아가라'라고
성실하고 강력한 궤적의 기록이고

답이다


세상에서,

소설가로 산다는 건 직업이자 운명,
무엇보다도
자신을 이끌어내는 고귀한 발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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