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책이 나를 떠나 또 다른 사람을 만난다면
동네에 작은 도서관이 있다. 그곳에 내가 가지고 있던 책, 200권을 기증했다. 식구들 모두 책을 좋아해서 거실에 책장을 장착해 놓았는데도, 구석구석 책이 많이 쌓였다. 책장 정리가 절실히 필요했고, 슬림하게 해야 할 필요를 느낄 때쯤 과감하게 정리를 했다.
그래도 조금은 아쉽지만 책은 읽을 사람을 다양하게 만나는 것이 중요한 일이다 책은 지식의 저장소다. 한 작가의 시간과 사유, 그리고 삶의 조각들이 종이 위에 눌러 담긴 살아 있는 시간이다. 그 소중한 나의 책을 정리하고 내 손에서 떠나보내는 일은 나 자신 일부를 세상에 내어주는 일인지도 모른다.
그래도 책의 상태가 양호할 때 또 다른 사람을 만나기를 희망해 본다.
책장에 꽂혀 있던 책들은 지난 세월 나와 함께 소중한 시간을 지나왔다. 밤새 고민하며 읽었던 흔적을 그대로 품고 있다. 책을 펼치면 언제든지 과거의 내가 거기 살아 숨 쉬고 있다. 하지만 책은 결국 사람을 만나야 한다. 책장 속에 고이 잠들어 있으면 목소리를 잃는다. 아무리 귀한 책이라도 독자와 눈을 맞추지 못하면, 그저 먼지 쌓인 종이에 불과하다.
동네 작은 도서관에 책을 기증받는다는 소식을 들고 여러 날을 고민했다. 한 번 더 읽어 볼 필요가 있는 것들은 남겨두고 나머지는 내어 주었다. 책이란 내 곁에서만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나를 떠나 또 다른 삶을 얻을 수 있다면 그것도 괜찮은 선택이다. 언젠가 낯선 누군가가 내가 밑줄을 그은 문장을 읽고, 그 자리에서 고개를 끄덕일지도 모른다. 내가 흘린 고민의 흔적이, 또 다른 사람의 길을 밝히는 빛이 될지도 모른다. 책은 나를 너머 다른 이에게 닿으면 또 다른 이야기를 이어간다.
좀 아쉽기도 했다. 내가 좋아하는 책들을 떠나보내며 괜찮다고 나를 다독인다. 책은 더 이상 내 소유가 아니라, 세상과 함께 살아야 할 존재이기 때문이다. 내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책들은 이미 내 것이 되었고, 이제는 다른 사람의 기억 속으로 흘러가야 한다.
나는 여전히 종이책을 좋아한다. 전자책이 손쉬운 길을 열어주었지만, 책장을 넘기는 촉감과 잉크의 냄새, 그 안에서 작가와 나누는 조용한 대화는 오직 종이책에서만 얻을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다. 그러나 책의 본질은 종이냐 화면이냐에 있지 않다. 중요한 것은 누군가가 읽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책이 새로운 누군가를 만나 다시 살아난다면 그보다 더 좋은 건 없다.
~~~~~~~--~-~--~~~--~~♡
책을 떠나보내며 알게 된다. 집 안에 가득 쌓아둔 채로 내가 홀로 소유하는 것보다, 수많은 누군가와 함께 나누어 읽는 것이 훨씬 더 값진 일이다.
책은 사람을 기다리고, 사람은 책을 통해 또 다른 자신을 만난다. 나의 책들이 작은 도서관에서, 누군가의 손에서 또 다른 생명을 얻어가리라는 것을 안다. 중요한 것은 나의 책이 누군가의 가슴속에서 다시 살아난다면 그것으로 만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