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책과 잘 어울리는 계절이다
가을은 책과 잘 어울리는 계절이다. 여름을 지나 그리 덥지 않아서 그럴 것이다. 여름의 무더위가 남긴 것이 가라앉고, 겨울의 추위가 찾아오기 전에 잠시 허락된 시간이 가을 속에 있기 때문이다. 삶은 시간과 계절의 흐름 속에서 쉼을 얻는다. 쉼의 좋은 방식 가운데 하나가 책 읽기다.
책은 또 다른 계절이다. 종이를 넘기는 순간마다 세상이 새롭게 열리고, 글을 따라가다 보면 나 자신을 잊는다. 어릴 때에는 책 속에서만 가능한 모험이 있었다. 낯선 곳에 홀로 남겨진 어린 왕자를 만나거나, 악을 무찌르는 영웅이 되기도 했다. 현실에서 얻을 수 없는 감성을 주곤 했다.
요즘은 영상의 자극에 길들여져 있다. 손가락으로 화면을 터치하는 많은 정보가 눈앞을 스쳐 간다. 하지만 그 정보는 마음을 풍요롭게 하지는 않는다. 빠르게 소비한 정보는 깊은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사라지는 기억만 남는다. 그럴수록 책은 더욱 절실하다. 책은 서두르지 않는다. 한 장을 넘기기 위해서는 기다림이 필요하고,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머무름이 필요하다. 느림 속에서 생각하고 돌아보게 된다.
종이 책은 아날로그의 감성이다. 종이를 스칠 때의 질감, 책장 사이로 손가락 끝에 닿는 미세한 바스락 거림이 좋다. 삶이 여전히 온기를 지니고 있음을 알려준다. 영상 화면이 줄 수 없는 감각이다.
책 읽기는 생각의 시작이다. 생각은 대답이고 질문이 들어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뭔가를 얻는 일이고, 자신을 되묻는 과정이다. 가을은 질문을 하기 좋은 계절이다. 차분히 생각할 수 있는 온도의 공기, 쓸쓸하면서도 외롭지 않은 정취가 있다. 삶을 되돌아보게 하고 노란빛, 붉은색으로 물들어가는 나무들이 책 읽기 좋은 감성을 부른다.
~~~~~~~~~
가을이 곁에 와 있다. 커피 한 잔을 옆에 두고, 읽다 만 책을 펼쳐 든다. 창문 너머로 들어오는 선선한 바람이 살랑 책장을 살짝 흔들어 준다. 순간 알게 된다. 지금 누리는 시간이 정말 귀하다는 것을. 바쁜 세상의 속도를 멈추고, 글자 하나하나에 온 마음을 기울인다. 가을이 주는 큰 선물이다.
-~-~-~-~-~
가을은 책 읽기 좋은 계절이다. 책을 손에 쥐어야만 가을이 비로소 완성된다. 책 속에서 사유하고, 책 속에서 감동하고, 무엇보다 책 속에서 나 자신을 발견하는 일, 가을은 나의 풍경으로 거듭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