된장국에는 엄마의 사랑이 들어있다
된장국을 끓이다가 문득, 돌아가신 친정엄마가 생각났다. 종갓집 종부로서 늘 부엌을 지키셨다. 넓은 부엌은 늘 불길이 꺼지지 않았고, 이른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일이 많으셨다.
엄마 된장 맛은 참 맛있었다. 특히 된장 담는 날은 큰 행사였다. 된장은 종가의 일 년 먹을 기본 양식이었으니 양이 많아야 하고 정성을 들여야 했다.
된장 담는 일은 계절의 온도와 함께 깊게 숙성되었다. 집안 어른들과 손님들, 집안 대소사까지, 종부의 책임은 소소하게 구석구석 엄마 손길이 닿았다.
그때 엄마가 담그신 된장은 숙성이 잘된 맛이었다. 한 해의 햇볕과 바람, 장독대의 숨결과 어머니의 손길이 함께 녹아든 맛의 비결이었다. 짭짤하면서도 부드럽고, 은은하면서도 깊은 맛은 동네 소문이 자자할 정도였다. 그 맛은 단순한 맛이 아닌, 종부로서 집안을 이끌고, 사람들을 품어야 했던 엄마의 마음이 된장의 결 속에 스며 있었던 것이다.
나는 지금도 된장국을 끓일 때마다 그때의 엄마를 떠올린다. 호박을 듬뿍 썰어 넣고 팔팔 끓이는 순간, 김이 피어오르며 코끝을 스치는 구수한 향이 엄마의 내음처럼 다가온다. 쉴 틈 없이 움직이던 어머니의 손길과 큰 솥에 가득 차 보글거리던 그 맛은 친척들 모두가 알아주는 맛이었다.
된장국 한 그릇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기억의 내음이다. 그 안에는 삶의 무게를 묵묵히 감내한 엄마의 땀방울이 있고, 종가를 지켜내려는 의지가 들어있고, 많은 사람들 속에서 부딪기며 살아낸 세월의 흔적이 담겨 있다.
된장은 생존의 의미가 들어 있고. 세대를 잇는 언어이고, 마음을 전하는 상징이다.
이제 엄마는 계시지 않지만, 된장국을 끓일 때마다 국물이 끓으며 집안을 채우는 구수한 향기 속에서, 엄마의 숨결과 엄마의 그 따스함이 다시 살아난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그 된장을 통해 흘러가는 마음, 이어지는 엄마의 사랑이다. 정을 듬뿍 품은 품으셨던 분, 많이 보고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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된장국은 엄마의 삶이고 나의 뿌리다. 그 뿌리가 있기에 오늘을 살고 또 내일을 이어간다. 된장국 한 그릇에 담긴 엄마의 사랑은, 나의 시간 속에서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