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 인간에게 그리 쉽게 '깨달음'을 주지 않는다
그녀는 초등학교 교사를 52살에 그만두고 미용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빠른 시간 안에 미용실 3개를 오픈했다. 체인점 수십 개 정도 손에 쥐려는 큰 꿈을 가지고 시작을 했을 것이다. 몇 달간 굴러가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여기저기서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그녀가 미용사 자격증만 가지고 있을 뿐, 기술이 없는 데다가 점점 헤어디자이너들이 호락호락하지 않았던 것이다. 미용이라는 곳의 생리를 모르는 상태에서 시작이었으니 문제가 많았다. 교사로 평생 모은 돈과 빚잔치로 사업을 마감하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녀의 뒤늦은 깨달음과 뒤늦은 후회는, 곁에서 보는 이들에게 많은 울림을 주었다.
흔히들 나이가 쌓이면 지혜도 따라온다고 말한다. 그러나 세월은 단지 주름과 흰머리를 줄 뿐, 깨달음은 선물처럼 저절로 오지 않는다. 깨달음은 언제나 늦게 도착한다. 늘 한 발자국 느리고 이미 길을 건너고 난 뒤에야 뒤따라온다.
헤겔의 말처럼 미네르바의 올빼미는 황혼에야 날아오른다고. 해가 저물고 난 후에야 비로소 하늘을 가르는 것이다. 삶도 마찬가지다. 젊음의 한낮에는 미처 보이지 않던 것이, 어둠이 드리워지는 순간에야 비로소 선명해진다. 깨달음은 늘 뒷북처럼 찾아온다. 하지만 그 늦음이야말로 진짜 나의 무늬다.
많은 책을 읽어도 깨달음은 쉽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책은 길을 가리킬 뿐이고 그 길을 실제로 걸어야만 비로소 풍경이 다가온다. 책 속의 문장은 뇌리를 스치고 지나가지만, 진짜 깨달음은 내가 직접 부딪히고 깨지고, 실패의 파편을 온몸에 묻힌 후에야 조금씩 모습을 내비친다. 깨달음은 활자 속에 숨어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흘린 시간 속에 나의 방향과 태도에 따라서 서서히 내게 오는 것이다.
삶은 실패라는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는 동안에도 삶은 사람을 가르고 훈계한다. 나를 제대로 알지 못하면 나의 한계를 알기 위해서 빵을 끝까지 먹어보아야 한다. 그리고 더 이상 먹을 필요가 없음을 알게 됨을. 깨달음은 늦었다고 느끼는 순간이 내가 나를 알게 되는 순간일 것이다. 깨달음은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깨닫는 데서부터 시작이 아닐까 싶다.
깨달음은 쉽게 내어주지 않는 것처럼, 나이를 먹는다고 저절로 책을 읽는다고 선물처럼 오지 않는다. 내가 걸어온 시간과 실패의 그림자와 함께 천천히 무르익는다. 마치 계절의 열매가 햇빛과 바람을 오래 견디고 나서야 달콤해지듯 말이다.
그녀가 다량의 수변제를 먹었다는 소식이 들렸다.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하던 교사를 계속 이어갔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주변 사람들이 말리지 못한 것을 자책했다. 그녀는 다시 세상에 발을 딛어야 하는데 걱정이다. 결혼도 안 한 혼자라서 더 걱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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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늘 늦게 깨닫는다. 또 깨달음은 때를 기다리고 있다. 그녀는 또 포기하지 않고 실패를 껴안은 용기 위에서, 다시 세상을 향해 한 발짝 내디뎌야 한다. 그녀에게 행운이 함께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