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맛, 호박잎 쌈

고향집 담장 위를 타고 오르던 호박 넝쿨

by 현월안



여름이면
고향집 담장 위를 타고 오르던 호박 줄기와
그 위에 피어난 황금빛 호박꽃이
지금도 마음속을 푸르게 물들인다


아침 이슬 머금은 어린 호박잎을
대바구니에 하나둘 담던
엄마의 손길,
손끝에서 삶은 언제나
순하고도 깊은 맛으로 익어갔다


데쳐낸 호박잎의 까슬함은
강된장의 구수한 맛 속에서
조용히 녹아내리고,
찰진 밥 한 숟갈
그 위에 얹히면,
세상 어떤 음식도 흉내 낼 수 없는
엄마의 맛이 완성되었다


그 맛은
내 깊숙한 곳,
몸과 마음의 기억 속에 각인되어
잊히지 않는 고향의 맛이다


이제,
내 앞에 놓인 호박잎 쌈은
모양도, 향도, 방식도 같지만
그 맛이 안 난다


달라진 것은
엄마의 빈자리와
사라진 시골집의 공기일 뿐,


흔히 말한다

먹은 음식이
기억을 흔들어 깨운다고,


호박잎 쌈을 그리워하는 것은
엄마의 내음
엄마의 숨결,
그 사랑이
내 안에서 아직도 살아 있기 때문이다


여름 한낮의 뜨거운 기억 속,
호박잎을 찌던 냄새가 바람결에 스미면
다시 아이가 되어
엄마의 손 위에서
쌈을 받아 들고 있는 듯하다


엄마 맛, 호박잎 쌈
그리움으로만 남았다
내 가장 깊은 곳에서
여전히 나를 살게 하는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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