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이별의 연속이다

스물다섯 해의 햇살과 바람을 다 품고 있던 우리 집의 기록

by 현월안




우리 집 안방에 묵묵히 서 있던 장롱,
스물다섯 해의 햇살과 바람을 다 품고
우리 집의 역사가 되어주던

장롱과 이별을 했다


아이들이 장롱 속에 숨어
까르르 웃으며 놀던 숨바꼭질,
옷가지 사이로 스며 있던
그 시절의 따스한 공기.

살림살이는
삶의 결을 따라 흘러온 기록이다


손때 묻은 나무의 결마다
시간의 주름이 고이고,
한 번 열고 닫을 때마다
살아낸 날들이 고스란히 들어있다


물건에도 끝이 있듯,
사람과의 인연에도 끝이 있듯,
살다 보면 반드시 마주하는 것이 있다


'떠나보내야만 하는 순간'


서운함에 감돈다
나와 밀접하게 살아낸 삶이어서,
저릿하게 밀려오는 알 수 없는 감정들,


평생 이별하며 살아간다
사람과도 계절과도,
오랫동안 곁에 머물던
물건들과도,

이별은 아쉽지만
새로운 빈자리를 남겨주는 법
그 빈자리 위에
다시 삶을 놓고,
희망을 얹으며 또 살아낸다


삶은
붙잡고 싶은 것을 놓아 보내며,
또 다른 설렘을 맞이하는
끊임없는 순환,


삶은 이별의 연속이고,

장롱과 이별은

내가 살아낸 흔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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