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으면 왜 배가 부를까
독서토론 하는 날
사람들 얼굴을 보면
뭔가
결기가 보인다
기를 쓰고 먼 데서 달려오는 이들,
왜 책을 읽으면 배가 부를까
먹는 밥은 몸을 채우지만
책은 마음을 가득 채운다
문장을 삼키는 순간,
혀끝에 맴돌다가
가슴으로 내려와 심장을 두드린다
책을 읽으면 눈은 글자를 보지만
사실, 내 안의 허기를 들여다본다
내가 뭘 원하는지,
물음 끝에서 나를 만난다
책 속의 한 장면이
내 삶을 비추는 거울이 되어
길을 밝혀주고,
아무도 알아주지 않던 내면을
조용히 어루만져준다
배고픔 끝에 밥을 먹듯
내 안이 포근하게 불어난다
감정이 고소해지고,
삶이 조금 더 단단해진다
사람은 밥으로만 살 수 없다
책은 또 다른 밥,
눈으로 먹고 마음으로 소화한다
철학서 토론을 하는 날
모두
눈을 또르르 굴리며
사유의 고삐를 바짝 당긴다
그,
고삐를 살짝 놓으며
풀어헤치는 해맑음이란,
생각을 덧입히면 왜 배가 부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