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척돔에서 가왕 조용필을 만나다
그날,
세월을 건너온 목소리를 만났다
58년의 시간,
수많은 계절을 건너
여전히 청춘처럼 서 있는 사람,
조용필
언니와 나는
어린 시절 풍선처럼 가볍게 흔들리며
마음도 무대 쪽으로 날아갔다
세월은 분명 흘렀는데,
노래 속의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누가 사랑을 아름답다 했는가'
함께 부르던 그 후렴구에서
어느새
잊힌 기억을 돼 찾는다
목소리는 떼창이 되고,
그 목소리 위로
세대와 세대가 포개졌다
아버지의 시대,
우리의 젊은 날,
지금의 아이들까지
모두가 하나의 합창이 된다
무대 위 흰 양복의 사내는
'모나리자'를 부르며
세월의 농익은 목소리를 녹여내고,
가슴속의 흐린 기억마저
다시 빛으로 물들이고 있다
노래는 음악이다
삶의 증언이었고,
흐르는 세월을 붙잡아
영원으로 바꾸는 마법이다
마지막 곡,
'여행을 떠나요'가 흐를 때
거대한 풍선이 객석을 덮었다
그 풍선을 밀어 올리며
잠시,
나이를 잊고,
세월을 잊고,
모두 젊음을 노래한다
가왕의 노래는
삶이고
세상의 축제고,
세월이 흘러도 사라지지 않는
지금 이 순간이다
조용필의 노래는
언제나 우리 곁에서
다시 삶을 노래하게 할 것이다
2시간 30분 동안
28곡의 삶을 녹여냈다
그것은 세월을 품은 은유,
가왕의 노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