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언제나 상대의 그림자를 통해
몇 개월 만에 애정하는 교수님을 만났다
맛난 것을 앞에 두고 세상 이야기를 품었다
그때 그 시절, 교수님을 처음 만나던 날
문예창작 첫 수업
키 175에 살 한 점이 없는 날씬한 몸매에
중년쯤 품은 세월,
브로드웨이 화려한 의상을 입고
나타나신 여교수님 ,
빨간 립스틱과 외국 배우 같은
첫인상이 놀라웠다
화려한 옷자락에 가려진 깊이를
짐작하지 못했다
책 하고는 먼 듯 보였으나
그 입술에서 터져 나온 말들은
천년의 무게를 지닌 철학이었다
빛이 어둠을 통해 자신을 증명하듯
그분의 화려함은 깊음으로 바뀌어
나의 영혼을 흔들었다
세상은 언제나 상대의 그림자를 통해
스스로를 드러낸다
빛은 어둠 곁에서 더 밝아지고
차가움은 뜨거움을 통해 더 차가움을,
교수님을 통해 난 철학을 조금 알았다
자존감이 낮을 때
비교로 깎여 나가는 것이 아닌
상대로 인해 도드라진다는 것을,
식탁 위에 올려진 음식처럼
한 입 베어 물면 배부름이 차오르듯,
그분 곁에서 배운 대화 한 조각은
내 저변을 충만하게 했다
허기를 메우는 것은 빵이지만
깊은 곳을 살 찌운 것은 철학임을,
세상은
상대를 통해 더 선명해진다
그분이 곁에 있었기에
내가 조금 더 기쁘다
그 분과 맛있는 음식을 앞에 두고
배를 채우는 순간에도,
알 수 없는 것이
스며드는 그 앎,
그 앎을 안다는 것,
배부르다
교수님과 함께한 시간,
나눈 대화,
나를 비추어 준 교수님 덕분에
이미 많이 가졌다
함께 있음으로,
내 마음이 따뜻하게 차오르는 순간
오늘 나는 배부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