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에만 머물러 스스로를 갉아먹지 않기를
사람은
혼자 태어나 혼자 떠나는 길 위의 시인
인류가 생긴 이래
한 번도 바뀌지 않은 섭리 속에서
외로움은 그림자처럼 따라온다
억만장자의 바쁜 발걸음에도,
나라를 이끄는 권좌에도,
밤을 새워 몰두하는 연구자의 방에도
틈새처럼 스며드는 외로움,
그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는 감정의 파도
외로움은
내 곁에 아무도 없음을 느낄 때,
그 빈자리에서
더 큰 통증처럼 다가온다
고독은
내 안에서 스스로 빚어낸
정신의 결심,
마음의 용기.
외로움이 반응이라면
고독은 결단이다
무심한 듯 앉아 명상하는 순간,
내 안의 우주가 조용히 깨어난다
홀로 있어야만 닿을 수 있는 영역,
고독 속에서
외로움이 주는 쓸쓸함은
풍요와 기쁨으로 바뀔 수 있음을,
무(無)의 경지를 그리는 예술가의 붓끝,
사유의 불꽃을 담은 어느 작가의 문장,
혼의 투영은
고독에서 길어 올린 진실의 형체,
성모상 앞에 서면
천 년을 지나온 사유의 숨결이
내 안의 침묵을 두드린다
순간 나는 자유롭다
시선과 평가, 타인의 통제에서 풀려나
나와 우주를 잇는다
창작하는 이는
고독 속에서 흐름을 얻는다
자연과 우주,
영원의 흐름,
누구의 조력도 필요 없는
온전히 나만의 자리,
외로움은 닿지 못하는 세상이다
외로움에만 머물러
스스로를 갉아먹지 않기를
외로움을 고독으로 바꾸는 힘,
그것은
의지이고
진심이고, 나의 결심이다
삶이 복잡하게 얽힌 세상 속에서
잠시 멈춰 설 수 있다면,
진심 나와의 대화를 나눌 수 있다면,
외롭지 않다
오늘도
외로움의 그림자 위에
고독의 빛을 드리우는 법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