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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마곡사의 고요

가을 숲에서 알게 된다

by 현월안




마음에 맞는 세 사람이

마곡사로 향한다

숲길은 먼저 마음을 알아내고
계곡물은 속삭임처럼 길을 이끈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은

작은 종소리,
그 소리 따라 발걸음은

점점 가벼워지고
일상의 무게는

낙엽처럼 흩어져 떨어진다


천년을 버텨온 사찰의 기와지붕은
전쟁조차 비껴간 고요를 품고
사람의 숨결보다 더 깊은
시간의 숨을 들려준다


천년고찰 마곡사 앞에서

나는 작아지고,
작아짐 속에서 더 넓어진다


가을 단풍은 불꽃처럼 타오른다
영원처럼 머물고 있는 빛깔,
그 붉음과 노랑이 어우러져
사찰의 고요와 만난다
풍경은 그림이 되고
그림은

내 저변에 고요하게 내려앉는다


사색은

머무는 곳에서만 가능한 선물,

비워야 채워지고, 멈춰야 흐르는
세상의 역설을 알게 되는 자리.
마곡사 가을 숲길에서
알게 된다


평온이란 멀리 있지 않다
이미 내 안에 있음을


셋이 걷는 길,
사람의 발자국이 아니라
고요가 먼저 앞서 길을 내어준다


그 길 끝에서 잠시 멈추고
멈춤 속에서 더 고요하게,
더 깊이 내 안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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