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고 있다는 사실에 책임
삶이란 무엇일까
한 번쯤 창가에 기대어
낮은 빛 속에서
조용히 나에게 묻는다
살아간다는 건
단지 숨 쉬는 일보다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채
한 걸음씩 걸어가는 그 길에
사랑을 놓고,
고민을 남기고,
때로는 미안함을 잃어버리는 일이다
삶이란 무엇일까
나의 감각이 확 열리는 때
세상이 낯설어지는 어느 순간 인식된다
나의 배경에서 앞으로 걸어 나올 때,
처음으로
살고 있다는 사실에 책임을 느낀다
끝없는 물음표처럼
마음 깊숙이 스며드는 묵직한 것들,
바람결에 실려 온 노래처럼
아득히 퍼져가는 시간처럼
첫 숨을 들이마신 그 순간부터
삶은 끝없는 방황의 시작이다
어린아이의 웃음 속에 깃든 시작,
노인의 눈빛 속에 담긴 끝,
그 사이 삶이 걷는다
삶이란 무엇일까
지나가는 바람 같지만,
누군가의 심장에 불을 붙이는 온기.
작고 짧은 존재지만,
무한한 의미를 품을 수 있는 가능성,
삶은 바람처럼 지나가지만
그 흔적은
웃음, 눈물, 침묵, 고백, 사랑...
세상 안 어딘가에 남아
누군가의 내일을 움직인다
삶이란,
기억 위에 쌓인 시간이고,
고통 속에서 피어난 사유이고,
책임 앞에서 맺은 나 자신과의 물음이다
삶은,
사라질 운명을 알면서도
지금 이 순간을 전력으로 살아내는
의지의 형식이며,
불완전한 존재가 완전해지려는
끝없는 시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