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종갓집 엄마 송편 맛은 특별했다
가을 하늘은 유난히 푸르다
푸르름이 눈이 시리도록 깊어질 때면
그 속에서 오래된 향기 하나가 일어나
나를 멈추게 한다
그리움,
보고 싶은 마음,
가슴에 짙게 남아 있는 이름, 엄마
추석이 가까워지면
더 선명하게 다가오는 기억,
부엌 가득 번지던 따뜻한 온기와
손끝에서 빚어내시던 송편의 고운 빛깔.
한평생 종갓집의 종부로 살며
모든 짐을 묵묵히 감당하셨다
그 손길에서 빚어낸 송편은
가족을 모으는 끈이었고,
삶을 이어가는 의식이었고,
사랑의 단을 쌓아 올린 철학이었음을,
이제는 꿈속에서만 만날 수 있다
지난밤 꿈에
엄마는 송편을 빚고 계셨다
꿈이 너무도 선명해
깨어나서 그만 엄마를 불렀다
내 안에서 있는 그리움이
빛처럼 번져왔다
그리움은
채우지 못한 빈터에 드리우는
고운 그림자,
그 빈터를 안고 있기에
귀하고 아름다운 것을 종종 꺼내 본다
풀 내음을 맡을 때,
구름이 흘러가는 하늘을 올려다볼 때,
엄마 숨결을 느낀다
손에 잡히지 않는 그리움
강물처럼 투명하게 내 마음을 비추어
더 맑게, 더 순하게 이끈다
가을 하늘을 올려다본다
푸른 하늘은 한없이 넓고,
그 속에 엄마 품이 스며 있다
다시는 만날 수 없는 거리
그리움으로 남은
기억을 꺼내
그리움조차 사랑임을 알게 된다
당신이 주신 사랑은
시간이 흘러도 사라지지 않고
내 삶을 단단히 채우고 있다
그리워하는 마음,
내가 살아가는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