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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에서 든 생각

옛것의 향수가 너무 빨리 사라진다

by 현월안




고향마을 옛것이 너무 빨리 사라진다

새것을 좋아하는 세상의 흐름 속에
낡은 기와, 삐걱대는 마루,
세월을 견딘 돌담 하나가
허무하게 부서져 간다


거기에는 바람의 기억이 있고
웃음과 눈물이 묻어 있던 자국이 있고
아득한 세월을 건너온
이야기의 숨결이 깃들어 있는데,
그 숨결은 침묵 속에
먼지로 흩어져 간다


옛것은

기억의 닻이었고
세대를 잇고
내가 어디서 왔는가를 알려주는
묵묵한 표지판이었다


사람들은
반짝이는 유리창, 매끈한 벽을 더 사랑한다
그 속에 오래 묵은 향기가 없음에도
편리와 빛의 화려함에
소중한 흔적을 무심히 지워버린다


이제 추억은
그리워하는 마음속에서만 산다
기억하는 사람이 떠나면
이야기도 같이 무너진다


무엇으로
뿌리를 증명할 수 있을까


낡은 벽돌 틈새에 스며든 바람 소리,
해마다 같은 자리에서 피어나는 들꽃의 시간,
무너져 가는 담장에 기대어
노을을 바라보던 아이의 웃음

그 향기를 잃어버린다면

너무 가난해질 것이다


세월이 묻은 것은
새것만으로 채울 수 없는
고요한 숨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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