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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나를 본다

푸르름에 눈을 맡긴다

by 현월안



문득, 하늘을 올려다본다
아무 의도 없이,

그저 잠시 멈춘 발걸음 위로
하늘이 내게 흘러온다


유난히

하늘을 바라본다는 사실,
남긴 사진 기록엔
모두 하늘이 들어있다
해가 강물 위로 떠오르던 새벽,
빌딩 틈에 조각처럼 걸린 파랑,
빗속에 젖은 아득함,
숨을 트게 하던 여름의 드넓음,


그 속에서
생각을 멈추고,
묵혀 두던 감정을
그날의 빛깔로 풀어내곤 한다


삶은 고개를 숙이게 만든다
모니터와 일정, 사람들의 표정,
작고 바쁜 화면에 묶여
쉼을 쉽게 잊힌다


사이에
묵묵히 나를 바라보는
조용한 사랑이 있다

활짝 열어 놓은 그 푸르름,


멈춰 선다
하늘을 올려다본다

아무 이유 없이 하늘을 본다


하늘은 자유를 닮았고
평등을 닮았다
지친 마음 위로 다가와


'숨이 가쁘면 언제든 나를 봐
구경만 해도 괜찮아'


하늘은

가진 이 실패 한 이,
도시의 소음과 시골의 고요,
아이와 노인을 가리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소망을
마음 어딘가에서 일깨운다


고개를 들어,
푸르름에 눈을 맡긴다
그 흘러감 속에서
숨 하나가 가벼워지고,
마음 안에 작은 여백이 열린다


하늘은 늘 변하고
나를 비춘다
낮과 밤, 새벽과 아침을
묵묵히 열고 닫으며
간섭하지 않는다


'하늘이 나를 본다'


언제든,

고개만 들면 만날 수 있는
무한한 시야 속에서
그 맑음이 내게 온다


고개를 들어
작은 숨을 내쉰다
순간의 평온이,
조금 더 가까이 와 앉는다


살포시 머무는 시선,
영롱 순수 맑음...

하늘을 본다
아니,
하늘이 나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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