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에 오르다
남편과 둘이서 북한산을 오르기로 한 아침, 냉장고 속 자투리 채소로 김밥을 싸고, 잘 씻은 사과와 키위를 작은 배낭에 담았다. 특별할 것 없는 준비이고 소박하고 간편하게 즐거운 맘으로 출발을 한다. 오늘의 산행은
정상이 목표라기보다, 그 길 위에서 대화이고 운동이고 가을의 풍경을 누리는 것이 목적이다.
북한산의 정상은 837미터 높은 산이다. 오늘은 정상까지는 아니더라도 무리하지 않고 몸이 허락하는 만큼만 오를 생각으로 출발을 한다. 가을의 바람은 부드럽게 뺨을 스친다. 단풍은 하나하나 붉고 노랗게 물들 준비를 한다. 계절의 시를 쓰고 있다. 두런두런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산을 오른다. 살아온 세월의 굴곡들, 아직도 가슴에 남아 있는 젊은 날의 흔적들, 멀리 김천에 계신 연로한 시부모님 이야기, 언제나 중심을 차지하는 자식들 이야기를 꺼내 놓으며 심심하지 않게 산을 오른다. 대화는 끊임없이 산길처럼 계속 굽이치며 이어졌고, 또 서로 보호하려는 손길과 눈빛이 오간다.
잠시 쉬어 앉은자리에서 땀을 닦아주고, 시원하게 얼려온 물을 나누어 마시고, 부부라는 인연의 사이를 다시금 느낀다. 부부는 살아온 세월만큼 복잡하게 얽혀 있는 존재다. 때론 멀어졌다가도 다시 가까워지고, 다투기도 하다가 어느새 웃으며 화해한다. 그렇게 소소하게 맞부딪히고 또 이어지고, 한 생을 함께 걸어가는 동반자다.
정상에 오르기 전, 잠시 망설였다. 더 갈까, 멈출까. 배낭 속 김밥과 과일을 꺼내어 먹으며 생각해 보기로 했다. 땀 흘리고 난 뒤라서도 그렇고 드넓은 자연 속이라서 김밥은 꿀맛이다. 가을의 향기와 바람으로 이미 배가 부른 듯하고, 소박한 도시락이 주는 위로는 우리 부부의 마음을 한껏 채워 주었다.
다시 힘을 내어 산행을 이어가기로 하고 발걸음을 옮겼다. 앞에 놓인 가파른 길은 만만치 않았지만, 서로 손을 내밀어 당겨주고, 뒤에서 밀어주며 마침내 백운대 정상에 다다랐다. 정상에 선 순간, 서울은 발아래 조그맣게 내려다보였고, 세상을 다 가진 듯한 벅찬 기운이 가슴 가득 밀려왔다. 풍경보다 더 큰 울림은 곁에 함께 서 있는 남편과의 동행이었다.
정상에서 스쳐간 감정은 말로 다 할 수 없었다. 산에 오르면서 나눈 대화, 서로의 땀방울을 닦아주던 손길, 가을빛 속에서 나누어 먹은 김밥 한 줄이 만들어낸 시간은 단순하지만 의미 있는 시간이다. 산행을 넘어, 삶을 비추는 작은 축복 같았다.
인생은 늘 이런저런 여정 속에 산다. 오르는 길이 험하다고 해서 중간에 멈출 수는 없다. 걸음을 늦추어 쉬어 가고, 함께 나누는 물 한 모금, 김밥 한 줄 속에서 다시 힘을 얻는다. 중요한 것은 정상의 풍경이 아니라, 그 길 위에서 서로에게 기댄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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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에서 가을의 향기를 깊이 맛보았다. 부부라는 이름으로 살아온 지난 시간들이 어쩌면 작은 산행들의 연속이었음을 깨닫는다. 정상에서 마주한 풍경은 더도 덜도 아닌 우리 삶의 풍경이었다. 그 속에는 함께 걸어갈 시간과 앞으로는 건강해야 될 의무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