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지기 그녀를 만났다
25년 지기 그녀를 만났다.
시간의 물결을 건너와 다시 마주한 순간, 마치 어제도 함께 있었던 것처럼 둘은 반가움에 와락 껴안았다. 그 포옹 속에는 젊은 날의 패기와 설렘, 긴 시간 동안 서로를 만나지 못했던 시간이 담겨있었다.
그녀와 나는 고등 논술학원에서 함께 일했던 젊은 시절에 만났다. 젊고 예쁘게 빛나던 시절, 학생들에게 논술을 가르치며 함께 배우고 성장하던 시간이었다. 철학을 토론하고, 심리학을 이야기하며, 문학 속에서 길을 찾던 그때 내 곁에는 언제나 그녀가 있었다. 그녀는 열정이 많았다. 열정은 언제나 남들보다 더 깊이 공부하고, 더 치열하게 토론하며, 더 진지하게 삶을 고민하던 사람. 그 진지함을 그녀는 무겁게만 풀지 않았다. 언제나 특유의 밝음과 유머로 강의실을 웃음으로 물들이곤 했다.
세월은 빠르게 흘렀다. 서로 학원을 꾸리고, 또 삶의 무게를 지고, 서로의 자리에서 열심히 살았다. 간간이 안부를 묻는 메시지가 오갔다. 그녀는 지방에 터를 잡았고 나는 서울에서 살기에 서로 시간을 내기가 어려웠다. 그렇게 시간은 훌쩍 흘렀다. 그리고 오랜 계획을 하고 마침내 만났다. 그녀는 여전히 똑같았다. 말속에 묻어나는 정이 끈끈했고, 개그맨 못지않은 유머감각은 여전했다. 같은 말을 하더라도 예쁘고 재미있게 풀어내는 화법은 누구도 따라 할 수 없는 그녀만의 재주다.
아침 일찍 만나서 온전히 하루를 서로에게 내어주었다. 커피를 마시고, 점심을 먹고, 다시 커피를 마시고, 저녁 식사까지 함께 했다. 긴 시간을 함께 했는데도 마치 소풍처럼 즐겁기만 했다. 웃음이 멈추지 않았고, 이야기는 끝날 줄 몰랐다. 시간이 이렇게 빨리 달아난 적이 있었던가 싶다. 마치 젊음이 다시 살아 돌아온 듯, 웃음 속에서 그때 우리들의 시간 속에 흠뻑 빠졌다. 세월을 거슬러 눈물을 찍어내며 많이도 웃었다.
신앙심 깊어서 더 예쁜 사람. 그녀는 늘 기도하며, 주일을 소중히 지키며 살아간다. 그 모습이 참 곱다. 그녀가 정성껏 구워온 쿠키를 함께 나누어 먹으며, 우리는 또다시 웃음을 터뜨렸다. 단순한 쿠키인데도 그 맛은 25년 시간 동안 이어져 온 우정의 맛처럼 고소했다.
돌아보면, 인생은 인연이라는 실로 꿰어져 이어진다. 내 인생은 참 많은 인연으로 채워져 있다. 그 가운데 가장 귀한 인연은 고등 논술시간에 만난 사람들이다. 학생들 뒤에는 학부모가 있고 입시라는 무게의 책임, 혹독하고 책임지어야 하는 시간이었다. 그 시간의 시험을 견디고, 세월의 무게를 이겨낸 인연이다.
인연은 지나간 사람도 있고, 스쳐간 인연도 있지만, 끝내 이어지는 귀한 인연이 있다. 아직도 연결되는 그때의 사람들, 내 젊은 날을 함께 빛내준 사람이다. 그녀는 지금도 여전히 나를 웃게 하는 사람이다. 인생이란 '누구와 시간을 나누었는가'로 채워지는 책장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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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짧고 세월은 무상하다. 그러나 인연은 그것을 너머 담긴 역사다. 세상은 수많은 만남과 스침으로 채워져 있지만, 그중에서 긴 시간을 건너와 다시 손을 잡아주는 인연은 특별하다. 그것은 선물이다.
시간은 흐르지만, 인연은 영원하다. 그녀와 다시 웃을 수 있어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