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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주차 후폭풍

불법주차 스티커가 8장이 날아왔다

by 현월안




삶은 언제나 바쁘다. 사람도 자동차도, 시간마저도 앞만 보고 달린다. 서울에서 차를 가지고 이동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자동차는 편리함도 있지만 위험을 안고 사는 일이다. 길 위에서는 늘 정체를 견뎌야 하고, 목적지에는 어디에 차를 세워야 할지 주차장을 먼저 찾게 된다. 주차할 곳을 찾지 못하면 잠깐 빈 공간에 세워두더라도 늘 불안하다.



그날도 여유로운 자리를 찾다가 아파트 담벼락 앞의 빈 공간이 내 눈에 들어왔다. 잠시면 괜찮겠지, 아무 일 없겠지 하는 마음으로 차를 세워두었다. 하지만 네 시간 뒤, 차가 남긴 흔적은 고스란히 나에게 돌아왔다. 20분, 30분 간격으로 찍힌 불법 주차 사진 8장, 고지서가 열흘 후 집으로 왔다. 한 장당 4만 원짜리 고지서다. 나의 부주의와 쉽게 선택한 것이 크게 일을 내고 말았다.



"어머 그래도 그렇지 한꺼번에 8장이 뭐야" 조금은 억울해하면서 또 두려운 마음으로 담당 부서에 전화를 걸었다. 그랬더니 구청에 나와서 자세히 설명을 하고 억울하면 이의제기를 하라고 한다. 서둘러서 구청에 갔다. 친절하게 알려주는 구청 직원의 말에 따라 이의제기 의견서를 썼다. 남부지방법원에 제출은 구청에서 일괄해서 해 준다는 말이 고마웠다. 의견서를 쓰는 내내 이제는 '아무 데나 주차를 하지 말아야지' 하고 마음먹었다. 작은 불편함을 피하려다 더 큰 불편함을 자초했고, 순간의 안일함이 얼마나 번거롭고 큰 대가로 되돌아오는지 확인시켜 주었다. 구청 직원이 하는 말이, 불법주차 단속하는 담당자도 한자리에서 과잉으로 일을 처리할 때가 있다며 나를 다독였다. 하지만 내 마음은 이미 나의 실수에 대한 실망으로 마음이 무거웠다.



다행히 남부지방법원에서 온 결과는 "당신도 잘못이 있으니 1건에 해당되는 것만 내시오"였다. 억울함이 줄어든 대신, 내 잘못을 인정하고 감당해야 할 몫만 남았다. 순간의 선택이 만들어낸 결과를 오롯이 내가 받아들여야 한다.



돌아보면 그것은 내게 많은 깨우침을 주었다. 불법 주차는 나의 잘못이고, 그것을 통해 나를 살피는 다짐을 해 본다. 주차는 정해진 주차장에만 차를 주차해야 한다. 법과 질서를 지키는 작은 약속의 자리이고, 서로의 삶이 얽혀 있는 공동체의 배려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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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크고 작은 실수를 한다. 실수는 늘 돌아본 다음 문턱에 서 있다. 이제는 조금 불편해도 주차장이 있는 곳을 찾는다. 그것이 나를 지키는 길이고, 서로를 존중하는 길임을 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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