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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집에서 느끼는 온기

고향집에는 아직도 엄마의 체온과 아버지의 기운이

by 현월안




부모님은 이제 이 세상에 안 계시지만, 고향 집에는 아직도 부모님의 숨결이 남아 있다. 그 집을 지키고 사는 남동생이 있어서, 고향은 여전히 따뜻하게 남아있다.



예전에 친정집은 대가족 종갓집이었다. 늘 사람들로 북적이고, 웃음소리가 가득했다. 명절이면 식구들이 모여 북적이고, 제사상에는 정성이 가득 음식이 올려져 있었다. 부모님이 계셨기에 모든 질서와 따뜻함이 가능했다. 시간이 흘러 부모님이 떠나신 뒤에도, 그 집에는 여전히 종가의 향기가 남아 있다. 뒤뜰에 놓인 손때 묻은 물건 하나, 오래된 그릇 하나에도 엄마의 체온과 아버지의 기운이 묻어 있다. 처분했을 법한 그 물건들을 여전히 고향집에 간직하고 있는 것은, 아마도 남동생의 깊은 배려일 것이다. 누나들이 고향에 내려와 부모님을 기억할 수 있도록, 고향의 시간을 잊지 않도록 하려는 동생의 마음이 담겼을 것이다.



엄마의 손때가 묻은 물건들을 바라보다가 문득 그리움이 스친다. 오래전 부지런히 음식을 하시던 엄마의 모습, 종가의 일을 진두지휘 하시던 아버지의 모습이 눈앞에 겹쳐 온다. 그 시간은 이미 지나갔지만, 그리움은 언제나 깊숙이 마음을 흔든다.



남동생은 고향에서 사업을 하며 고향 집을 지키고 산다. 안정되게 삶을 꾸려가고 누나들이 갈 때마다 넉넉히 맞아준다. 같은 서울에 사는 언니와 수원에 사는 남동생과 함께 일 년에 한 번 사 남매는 만남을 한다. 부모님 제사를 한데 모아 지내는 날을 택해서, 며칠 머물며 고향의 공기와 시간을 만끽한다. 모처럼 형제들이 다 모이고, 부모님을 기억하고 음식을 나누며 한바탕 웃음꽃을 피운다. 그 순간만큼은 나이도, 고민도 잊고 다시 어린 시절로 돌아가는 시간이다.



고향에는 어린 시절 가장 친하게 지냈던 친구가 그곳에서 빵집을 운영한다. 그의 빵 냄새를 맡으면, 학창 시절 생각이 난다. 고향 친구의 안부는 늘 마음을 푸근하게 만든다. 마치 잊고 있던 뿌리를 확인하는 듯한 편안함이 있다. 친구와 나누는 짧은 안부 속에도 고향이 주는 따뜻한 결이 있다. 어린 시절의 나를 그대로 기억해 주는 이가 있다는 것, 그 자체가 고향이 주는 위로이고 선물이다.



고향에 남아 있는 것은 부모님의 향기, 형제의 정, 어린 시절의 추억, 그리고 잊을 수 없는 시간의 무늬다. 남동생은 그 모든 것을 지키며, 형제들에게 다시 돌아올 수 있는 자리를 내어 준다. 그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누나들과 남동생이 내려온다고 미리 음식을 준비해 두고, 돌아갈 때는 고향의 특산물을 넉넉히 챙겨주는 동생의 손길 속에서 부모님의 마음을 다시 느낀다.



고향 집은 우리 사 남매의 시간을 품고 있는 거대한 기억이다. 부모님은 계시지 않지만 그 집은 여전히 살아 있는 듯, 우리 사 남매의 발길을 기다린다. 고향은 내게 삶의 뿌리이고, 형제의 사랑은 그 뿌리를 지탱하는 힘이다.

돌아오는 길, 트렁크에 가득 실린 동생의 정성과 마음보며 삶의 진정한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함께 웃어줄 가족이 있고, 기다려줄 고향이 있고, 마음을 나눌 친구가 있다는 단순한 사실 속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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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이 있다는 것이 감사하다. 고향을 든든히 지키고 있는 동생이 있다는 것, 그리고 여전히 그곳에서 부모님의 향기를 느낄 수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삶은 충분히 따뜻하고 넉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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