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하게 살았는데 왜 이토록 허무한가' 조남호
오래도록 믿어왔다
삶에는 공식이 있다고,
성공에는 길이 있다고
더 열심히 달리면
높이 쌓으면
더 치밀하게 계획하면
그 끝에 의미가 기다릴 거라고
숨 가쁘게 달린 끝에 남은 것은
텅 빈 허무,
스스로를 탓하는 자책뿐이었다
'나약해서 실패한 걸까'
'게을러서 뒤처진 걸까'
스스로를 깎아내리며
또 다른 목표를 세우고,
끝없는 경쟁의 바퀴를 돌렸다
그 모든 신념은 허상이다
인간은 원래 목적을 위해
태어난 존재가 아니다
목적은 언제나 흔들리고,
계획은 언제나 무너지고,
성취는 언제나 사라진다
뇌는 성취를 쫓지만
그 기쁨은 금세 사라지고,
다시 새로운 결핍으로 몰아넣는다
경제의 성장도, 사회의 성공도,
사실은 시대라는 거대한 파도 덕분이다
공식이라 믿었던 것들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삶은 어디에 뿌리를 내려야 할까
새로운 길,
이름하여 '충만주의'
목표 너머의 미래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 뿌리내리며,
과정과 경험 속에서
삶의 충만을 길어 올리는 길
운동은 몸이 살아 있음을 느끼는 기쁨,
식사는 빛과 향기로 가득한 찰나의 감사,
일과 공부는 결과가 아닌
집중하는 순간의 생생한 성장,
삶은 도달하는 것이 아니라
차곡차곡 채워가는 것,
공허의 시대를 건너
충만의 길을 선택할 때,
비로소
'나는 왜 공허한가'가 아닌
'나는 어떻게 지금을 살고 있는가'라고
가장 강력한 자기 계발은
인생관을 바꾸는 일이다
목적주의가 아닌 충만주의로,
미래가 아닌 오늘로,
허상이 아닌 지금의 숨결로
삶은,
비로소 공허가 아닌 충만으로
빛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