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보다는 인간다움

삶은 종종 승자도 패자도 없는 다툼을 한다

by 현월안




대형마트 계산대 앞에서 여자 둘이서 얼음팩 하나를 두고 실랑이를 벌였다. 한참 동안 고성이 오가고 신경을 건드리는 막장 말싸움까지 번졌다. 고기를 산 한 고객이 얼음 팩 하나를 요구했고, 계산원은 일정금액 이상이 아니면 얼음팩을 줄 수 없다는 원칙을 내세웠다, 고객은 사정을 호소했지만. 결국 고객은 얼음 팩을 받아가지 못했다. 뒤에서 기다리던 사람들은 애써 그 모습을 지켜보며 시간을 허비해야 했다. 사소한 갈등이었지만, 그 속에는 세상을 살아가는 세상의 단면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원칙은 중요하다. 질서를 유지하고, 조직이 흔들리지 않기 위해서는 규칙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원칙만이 전부는 아니다. 판매는 본래 사람이 하는 일이고, 사람을 맞이하는 일이다. 물건을 파는 행위 속에는 따뜻한 온기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고객은 돈을 내고 물건을 받아 가는 존재가 아니라, 삶의 시간을 내어 가게를 찾아가는 손님이다. 그 시간을 내서 찾아간 손님은 소중한 사람이다.



계산원의 태도는 어쩌면 당연했다. 규칙을 어기지 않고, 정해진 절차를 지켰다. 하지만 그 계산원이 가게의 주인이었다면 어땠을까. '네 드릴게요' 하며 웃으며 건넸을지도 모른다. 그 작은 얼음 팩 하나가 고객의 불편을 덜어주고, 마음을 얻어 장기적인 신뢰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장사는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이다.



삶을 살다 보면 종종 얼음 팩 사건 같은 사소한 문제로 마음이 불편해진다.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입장과, 사정을 들어주어야 한다는 마음이 충돌할 때가 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사람의 온기다. 원칙은 인간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고, 인간이 원칙을 위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작은 배려 하나, 작은 양보 하나가 때로는 감동으로 이어질 수 있으니까.



삶에서 종종 승자도 패자도 없는 싸움을 한다. 그 속에서 남은 것은 불필요한 피로와 씁쓸한 뒷맛뿐이다. 만약 그 계산원이 "고기를 멀리 가져가려면 고기가 상할 수 있어요, 얼음팩 하나 드릴게요"라고 말했다면 어땠을까. 뒷사람들은 기다림 속에서도 미소를 지었을 것이고, 그 고객은 고마움과 함께 다시 또 그 가게를 찾을 것이다. 그것이 사람 냄새나는 온기다.



얼음 팩 하나는 돈으로 환산하더라도 얼마 안 된다. 하지만 그 작은 물건이 던진 질문은 크다. 원칙과 유연성, 질서와 배려, 규칙과 인간다움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잡아야 할까. 삶은 늘 원칙과 인간다움이 교차하는 자리에서 갈등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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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움직이는 것은 원칙보다 마음이다. 장사뿐만이 아니다. 가정에서도 직장에서도, 또 그 어떤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얼음 팩 하나로 멈췄던 계산대 앞의 시간은, 어쩌면 원칙은 지키되, 그 속에 인간적인 숨결, 그것이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