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추석 분위기는 조용하다
살다 보면 참 자주 듣게 되는 말이 있다.
"살기 힘들어요, 경기가 너무 안 좋아요"라는 말을 종종 듣게 된다. 그 말속에는 푸념과, 이 세상을 살아가는 이들의 피로와 허무가 담겨 있다. 숨 쉬듯 편안하게 잘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가까스로 버티며 살아남는 것에 불과한 듯한 서걱함이 들어있다. 그런 삶은 누구도 바라지 않을 것이다. 삶의 하루가 날마다 더 단단해지고 나아지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제자리걸음조차 보람 있는 삶이 되길 바라는 마음은 누구나 같을 것이다. 하지만 삶의 총합은 점점 좋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많은 이들이 삶을 위해 모든 시간을 소진해야만 하는 구조 속에 갇혀 쳇바퀴를 돈다.
이런 현실 앞에서 일본 인류학자 도하타 가이토의 말이 떠오른다. '그저 있는 그대로를 허용하지 않는 사회' 어디선가 열심히 하는 것으로 부족한, 사람이 존엄할 수 있는 가치가 아닌 사회는 늘 성과를 요구한다. 잠시 멈추어 서 있는 것조차 불안해하고 질타를 받고 또 스스로를 옭아맨다.
그래서 그런지, 다가오는 추석은 왠지 조용하고 예전의 들뜬 기운은 찾아볼 수가 없다. 거리를 붐비게 하던 선물세트의 행렬도 조용하고, 서로 나누던 손길도 예전만 못한 느낌이다. 세계 경제의 위축이 먹거리와 일상 깊숙이 스며들어, 풍요보다는 절약과 침묵이 깊숙이 드리워져 있다.
생각해 보면 삶이란 늘 크고 작은 혼란 속에서 이어져 왔다. 전쟁과 가난, 금융 위기와 전염병, 정치, 기후... 언제나 불안정한 파도 위에 떠 있지만, 그럼에도 서로의 어깨를 내어주며 그 시간을 건너왔다. 추석 명절은 사람의 마음이 서로를 지탱하는 풍요의 기억이다. 햅쌀로 빚은 송편과 따뜻한 밥상은 모두 함께라는 위로였다.
올해의 추석이 조금은 조용하더라도, 마음의 풍요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풍요란 꼭 음식의 가짓수나 선물의 무게에 있지 않다. 가족들과 함께 둘러앉아 나눈 미소, 오래된 기억의 용서, 그리고 묵묵히 곁을 지켜주는 따뜻한 손길 속에 진짜 풍요가 깃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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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여전히 위태롭고, 내일은 여전히 알 수 없다. 하지만 추석만큼은 서로를 있는 그대로 품어내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저 곁에 있는 가족, 이웃과 마음의 풍요를 나눈다면, 세상은 여전히 그때의 기억처럼 따뜻할 것이다. 다가오는 추석 명절은 언제나 그랬듯이 마음만큼은 풍성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