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맞을 준비를 한다
추석 맞을 준비를 한다. 전 부칠 것과 여러 가지 야채를 준비하고 고기도 넉넉해 준비해 두었다. 친정집이 종갓집 대가족 속에서 자라서 그런지 명절이 다가오면 음식을 푸짐하게 준비한다. 푸짐하게 명절 음식을 만들어 주시던 엄마의 기억이 있어서 명절이 되면 설레고 푸짐하게 많이 준비한다.
코로나 전에는 시댁에서 성대하게 크게 제사를 지냈다. 시아버님 형제분들과 사촌들 30명쯤 되는 사람들이 북적였다. 제사상에는 정갈하게 차려진 음식이 가득했다. 명절에는 사촌 간의 유대 관계이자 만남이었다. 못 보던 시사촌들 소식도 듣고 얼굴도 보고, 안부를 묻는 즐거움이기도 했다. 코로나 시대를 지나면서 제사는 자연스럽게 서울에 사는 우리 집으로 옮겨왔다. 이젠 아버님 뜻을 따라 맏이인 우리 부부가 그야말로 우리 식구끼리 제사를 지낸다.
많은 이들이 제사를 힘든 일이라고 하는데 전혀 힘들게 생각하지 않는다. 제사를 지내려고 만드는 음식이지만 우리 가족이 맛있게 먹을 음식이다. 그래서 음식을 좀 더 맛있게 준비해서 제사를 지내고 제사를 마치면 음식을 남겨 두었다가 먹는 그 맛도 괜찮다. 또 우리 가족이 맛있게 먹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의무감이 아니라 감사함을 담아서, 그리고 번거로움이 아니라 즐거움으로 제사를 맞이한다.
아직은 시부모님이 건강하시고 지금은 아버님의 시간이기에 나는 그 뜻을 따르고 싶다. 아버님이 원하시는 걸 지키는 것이 도리이고 가정 평화의 한 부분이라 믿는다. 부모님이 살아 계신 동안은 그분들의 원하시는 방식으로 제사를 지낼 생각이다. 언젠가 그분들이 떠나시면 우리 부부의 시간, 우리의 방식으로 조금 더 간소하게 바꾸면 되는 것이다. 전통은 무겁게 짊어져야 할 짐이 아니고 즐겁게 하면 마음이 편안하다.
퇴계 이황은 “예법은 멀리 있고 현실은 그렇지 못하므로 상황에 맞추어야 한다”라고 했다. 제사도 시대에 맞게 자유롭게 해야 된다는 걸 그 옛날에도 잘 알려주는 말이다. 제사는 형식보다 마음에 달려 있다. 정성이 담긴 간소함은 오히려 괜찮다는 얘기다. 제사로 인해서 가족들이 모인 자리에 먹을 것을 앞에 두고, 웃음이 묻어나면 그것으로 만족이다.
제사는 맏며느리인 나에게 단순한 의례가 아닌. 과거와 현재, 미래를 이어주고 그리고 우리 자식에게 알 수는 없지만, 기억 저편에 향기를 불어넣는 일이 아닐까 싶다. 부모님의 세대를 존중하고 지금의 제사 속에서, 나도 언젠가 나의 자식들에게 확 줄여서 제사 지내지 말고 '그날만 기억해'라고 간소하게 물려주겠지만 즐겁게 기억되고 웃음이 들어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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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명절에 느끼는 이 소박한 기쁨은 조상을 향한 나의 감사이고, 가족을 향한 사랑이다. 제사는 멀리 있는 옛 풍습이 아니라, 오늘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나누는 따뜻한 식탁이다. 음식을 맛나고 즐겁게 준비하는 것,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제사의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