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한 친구가 때론 낯설다

삶의 흐름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안타까운

세상을 살아가며 맺는 관계들 가운데 가장 깊고 오래 머무는 것은 아마도 친구일 것이다. 스스럼없는 관계 친구, 오랜 시간 학창 시절부터 시간을 쌓아 올려 만들어낸 인연이기에 더욱 특별하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시간이 지나고 어느 때부터는 가장 친한 친구 사이가 어느 순간 가장 큰 상처가 되기도 한다. 너무 잘 안다는 이유로, 너무 오래 함께했다는 이유로, 예의가 다듬어지지 않을 때 무심코 한 말과 행동으로 마음에 상처를 내기도 한다.

오랜 시간 함께 한 친구가 어느 날부터 점점 부정적인 말을 쏟아내고 불평을 늘어놓는다. 그래서 거리를 두게 된다. 또 다음 모임에 나가서도 같은 행동을 반복을 하는 걸 보고 마음에서 그 친구를 놓아버렸다. 긴 시간 안에 담긴 시간이 무너지고 끊어져버린 연결의 시간들이 속상한 마음뿐이다. 한때 살갑게 지내던 시간이 무색할 만큼 지금은 다른 시간 속에 산다.

친하다는 것은, 수많은 시간과 속 마음을 다 알고 있는 사이다. 그 친한 틈 사이로 웃음이 들어오기도 하지만, 때로 날카로운 가시가 되어 날아오기도 한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가까운 친구 사이일수록 존중이 필요하다. 사랑하는 관계에 예의가 없으면 그 사랑은 금세 무너진다. 사랑은 예의와 함께할 때 오래 머무를 수 있는 것이다.

우린 친구니까 괜찮아라고 말을 한다. 하지만 정말 소중한 친구라면, 그래서 더 조심해야 한다. 내 이야기를 다 알고 있고, 내 그림자까지 아는 사람이기에 함부로 던진 한 마디가 더 깊은 상처가 되기 쉽다. 친하다는 이유로 당연함을 무례하게 요구하기 시작하면, 그 순간부터 관계는 무너진다. 애정은 당연한 것이 아니라, 매번 새롭게 주고받아야 하는 예의다.

삶을 살아가면서 알게 되는 것 중에서 친구라는 관계는 서로의 삶의 결이 맞아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함께 바라보는 방향이 너무 달라지면, 같은 길 위에 서 있어도 점점 멀어지고 된다. 삶의 무늬가 또 결이 어긋날 때, 오해하고 서운해하고, 질투석인 말을 무심히 던지고, 여러 가지 사소한 이유로 조금씩 거리가 생긴다. 그것은 아마도 삶의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계절이 바뀌고, 강물이 길을 바꾸듯이 말이다.

그렇기에 남아 있는 사람, 끝까지 함께 걸어주는 사람은 더욱 소중하다. 그들은 내 인생의 한 장면을 함께 새겨준 사람들이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곁이 가벼워진다. 그러나 가벼움 속에 담긴 깊이는 더 단단해진다. 많이 남아 있지는 않아도, 서로의 마음을 존중하고 사랑으로 이어진 관계는 그 어떤 부유한 순간보다 값지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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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친하다는 것은, 거리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거리를 아름답게 지키는 것이다. 애정은 가까움 속에서도 존중을 잃지 않고, 오래된 시간 속에서도 새로이 따뜻해지는 감정이다. 예의는 오래도록 서로를 자유롭게 사랑할 수 있도록 지켜주는 울타리다.

진정한 친구란 뭘까. 아마도 오래도록 긴 시간 서로를 존중하고 애정하는 사람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