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무는 시간의 문턱에서

다시 힘을 내고 다음 해에도 사랑할 것이다

by 현월안




한 해가 저물어 간다. 달력의 숫자는 단지 숫자일 뿐인데, 해가 저문다고 하면 마음이 좀 무겁다. 창밖으로 저녁노을이 드리우듯, 일 년의 끝자락은 늘 붉고 서늘하다. 저물어 가는 것은 사라짐이고 또 기다림이기 때문이다. 끝이 있기에 시작을 기대한다. 한 해의 마무리가 쓸쓸하게만 느껴지지 않는 것은, 그 자리에 다시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가만히 올 한 해를 돌아본다. 잘한 일보다 아쉬움이 먼저 떠오르고, 끝내 다 하지 못한 일들이 마음을 채운다. 놓치고 흘려보낸 순간들이 모래알처럼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간다. 그럼에도 이상하다. 저물어 가는 시간 속에서 후회가 전부인 듯하다가도, 곧 따스한 마음이 스며든다. 이루지 못한 일조차 내 삶의 무늬가 되었음을 알기 때문이다. 때로는 불완전하고 서툴렀지만, 그 모든 저물어가는 시간 속에서 그래도 다행히 나로 서 있다.



저문다는 말에는 빛이 사라지고 어둠의 이미지가 겹친다. 하지만 저물기에 더 또렷해지는 것이 있다. 노을은 저물 때 가장 붉고, 별은 어둠이 드리운 뒤에야 반짝인다. 인생이 저물어가는 것도 마찬가지일지 모른다. 무엇인가가 끝난 뒤에야 더 선명하게 볼 수 있다. 한 해가 저문다는 것은, 나의 또 한 번의 노을빛을 지나 별빛을 맞이하러 가는 일이다.



어느 소설 속 문장이 말해주듯, 좌절이 중요한 게 아니라 좌절 이후의 다음이 중요하다. 기대는 번번이 저버려지지만, 이상하게도 또다시 다음을 기대한다. 마치 눈 덮인 들판 위에서 혼자 자라나는 풀처럼, 삶은 스스로 다시 희망을 틔우기 때문이다. 기대가 무너진 자리에도 다시 새로운 기대가 자라난다. 얼마나 아름다운 인간의 본능인가.



2025년이 저문다. 그러나 희망은 저물지 않는다. 희망은 달력의 경계에 얽매이지 않는다. 한 해가 끝나도, 마음이 사랑을 잃지 않는 한, 삶은 계속 피어난다. 때로는 실패했어도 사랑할 수 있었고, 때로는 상처 입었어도 사랑으로 회복할 수 있었다. 사랑은 희망의 다른 이름이다. 내가 가족을 사랑하고, 주변 사람들이 나를 사랑하는 한, 내일은 어둡지 않다.



그래서 다음 해를 향해 조심스럽게 손을 내민다.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 다시 넘어지고, 다시 실수해도 괜찮다. 중요한 것은 저물고 난 뒤에도 여전히 살아간다는 사실이다. 어둠 속에서 별이 뜨고, 삶은 늘 그렇게 다시 빛난다.



-~-~--==~~-ㅊ



2025년의 끝자락에서 다시 힘을 내고 새로운 해에도 사랑할 것이다. 더 깊이 바라보고, 더 많이 나누고, 더 힘 있게 다가설 것이다. 한 해가 저물어도, 내 안의 희망은 저물지 않는다. 그 희망은 사랑하는 나의 곁과 함께 살아가는 이유다. 삶은 계속 살아진다. 저묾 속에서도 다시 시작된다. 그리고 그 시작에는 사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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