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패션은 나를 사랑하는 일

고요하고 은은한 가을색 파스텔

by 현월안




모임에서 보면 다들 예쁘게 그리고 감각 있게 옷을 입는다. 자기만의 색깔로 자신에게 맞는 색채를 아주 잘 나타낸다. 그런데 난 지나치게 눈에 띄지 않고 중심을 잃지도 않는 중간색을 선호한다. 부드러운 감촉의 질감을 좋아하고 그리고 나만의 균형을 찾아내려는 고요하고 은은한 가을빛 파스텔 톤을 좋아한다. 패션은 그저 겉모습이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왠지 그 안에 내면의 감정과 삶의 결이 섬세하게 스며 있다. 옷은 그 사람만의 삶이 들어있고 그 사람이 가진 세상이 있다.



목동 멋쟁이들이 입은 패션을 보면, 다채로운 팔레트처럼 펼쳐진다. 원색으로 존재감을 알리는 백화점 vip 그녀는 세상의 중심에서 살아있는 강렬함을 준다. 반대로 무채색에 기대어 조용하게 드러내는 이들이 있다. 존재감을 숨기기보다는, 자신을 들키지 않으려는 또 다른 방식이다. 그리고 그 중간 어디쯤에서, 나처럼 따뜻한 중간톤의 색으로 마음의 온도를 맞추는 사람이 있다. 누군가의 선택은 과감하고, 누군가의 선택은 고요하며, 또 다른 누군가는 절제감을 준다. 그 어느 것도 유행이거나 정답의 문제가 아니라 삶을 말하는 고유한 의미다.



내가 오래도록 애정해 온 베이지색은 은은한 빛이 스며든 가을 오후 같은 색이다. 과하지 않으면서도 은근히 존재감을 남기는 색, 부드러우면서 단단한 온기를 지닌 색이다. 세월이 흐를수록 부드러운 베이지 색이 주는 안정감에 더 끌린다. 강렬함이 아닌 평온과 담아내는 것 같아서 좋다. 나는 화려하게 꾸미는 것보다 조용히 나를 담아낼 수 있는 옷을 좋아한다. 베이지 색을 입으면 서늘한 바람도 가라앉고, 마음의 파동도 은근히 다스려진다.



옷을 입는 것은 내가 나를 사랑하는 일이다. 사람은 옷을 고르지만, 때로는 옷이 사람의 마음을 고른다. 거울 앞에서 손에 잡히는 옷이 그날의 기분을 알려주고, 내가 몰랐던 내면의 목소리를 들려준다. 어깨가 축 쳐진 날이면 부드러운 파스텔 톤의 니트를 꺼낸다. 따뜻한 질감이 마음을 덮어 주고, 기억 속의 평온한 시간들이 천천히 되살아난다.



화려한 원색보다는 마음의 조화를 가진 옷을 좋아한다. 나의 감각을 잃지 않고 나의 온도에 맞는 옷을 선택한다. 내가 편안하고 당당해지는 옷을 입는다. 옷을 잘 입는다는 것은 나를 이해하는 일이다. 그 이해의 끝에서 작은 기쁨이 일어나고, 일상의 온도가 조금 더 따뜻해진다.



옷을 고르고 선택하는 것은 어떤 색을 입으면 표정이 부드러워지는지, 어떤 질감이 나를 안정시키는지, 어떤 옷에서 나다운 숨결이 묻어나는지를 아는 일이다. 작은 응원을 마음속에서 건네듯, 내게 어울리는 색을 고르고 내 삶의 속도에 맞는 옷을 입는다. 그러다 보면 패션은 더 이상 겉을 치장하는 일이라기보다 오늘의 나를 선택하고, 삶의 방향을 조용히 정하는 하나의 철학이 된다.



오늘도 좀 더 부드러운 색으로 나를 담아낸다. 마음의 결이 스며 있는 옷을 입고, 천천히 하루의 문을 연다. 옷은 계절마다 조금씩 변하지만, 내가 추구하는 방식은 변하지 않는다. 과하지 않게, 그리고 소중하게 나를 대하고 단정하게 차려입는다. 그것이 내가 아는, 그리고 내가 지키고 싶은 옷을 잘 입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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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의 모든 계절에서 내가 가진 색채는 은은하고 안정적이고 따뜻하다. 그 색으로 하루를 감싸고, 그 온기로 나를 꾸민다. 그것이야말로, 옷보다 더 깊은 의미의 패션이고, 삶을 향한 고요한 사랑의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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