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빈 J. 미첼' 뇌 과학
한 사람의 시작은
눈에 보이지 않는 먼지의 떨림에서 비롯된다
그 미세한 떨림이
별의 조각과도 같은 유전자의 노래로 이어지고,
그 노래 위로 바람처럼 스쳐 지나가는
시간과 경험이 하나둘 얹힌다
누군가는 그걸 본성이라 부르고,
또 누군가는 양육이라 부른다
하지만 어쩌면 그것들은
서로를 비추는 두 개의 거울일 뿐,
그 사이에 비친 빛이 바로 나 일지도 모른다
세상에 오는 순간,
누군가는 이미 길을 정해 놓았다고 믿는다
유전자는 모든 것을 설계했다고
그러나 그 믿음은 너무 완벽해서 오히려 불완전하다
인생은 주어진 악보만으로 연주되지 않기 때문이다
같은 음계라도 손끝의 온도, 숨결의 길이,
그날의 마음의 파동에 따라
완전히 다른 선율이 흘러나온다
한 아이가 태어난다
그 안에는 수억 가지의 가능성이 잠들어 있다
그 가능성은 정해진 길 위를 걷지 않는다
비가 오면 흙을 밟으며 노래하고,
햇살이 스며들면 그 빛을 따라 웃는다
그러다 어느 날 문득,
자신이 누구인지를 묻기 시작한다
'나는 타고난 걸까, 만들어진 걸까'
이 질문은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그림자 아래서
수천 년 동안 되뇌어진 고르디우스의 매듭처럼
끝없이 엉켜 있다
그 매듭을 자르려는 이도 있었고,
그저 손끝으로 풀어보려는 이도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그 매듭은 풀리기 위해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복잡함 속에서 나를 이해하기 위한 길이라는 것을
뇌는 유전자의 지도를 따라 자라지만
그 길 위에는 수많은 우연이 내린다
한 신경이 다른 신경을 만나며 엉키고,
그 엉킴 속에서 감정이 자라고, 기억이 피어난다
나의 모습은 언제나 확률 속에서 태어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오직 한 번뿐인 존재로 남는다
일란성쌍둥이조차도 서로 다른 눈빛을 가진다
그들은 같은 레시피로 빚어진 두 개의 빵이지만,
오븐의 열, 공기의 습도,
빵 굽는 이의 손끝의 온도까지 달랐기에
결국 다른 향기로 구워진다
그렇게 서로 다른 향기로 세상을 채운다
우생학의 이름으로 신의 자리를 넘보던 시대가 있었다
더 나은 인간을 만들겠다는 오만이
사람의 존엄을 훼손했다
그러나 이제
완벽이란 존재하지 않으며,
결함조차도 인간답게 만든다는 것을
조금은 비틀린 선,
조금은 불완전한 조화가
삶의 음악을 더욱 깊게 만든다
유전자는 잠재의 씨앗을 주었을 뿐,
그 씨앗이 어떤 꽃으로 피어날지는
환경과 마음의 계절이 결정한다
누군가는 비바람 속에서도 강인한 줄기로 서고,
누군가는 햇살 아래 부드럽게 흔들린다
어떤 모습이든 괜찮다
그 모두가 존재의 이유이며,
그 모두가 하나의 아름다움이다
그래서
'나답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유전자도, 환경도 아닌
살아 있음 그 자체일 것이다
지금 이 순간 숨 쉬고,
사랑하고, 슬퍼하고, 깨닫는 모든 일들
그 경험들이 '나'로 만든다
결국,
무수한 확률의 세상에서 하나의 결론으로 피어난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궤적,
다시는 반복되지 않을 이름,
그것이 바로 '나'라는 기적이다.
그러니 사랑하라
너의 불완전함을, 너의 고유한 흔들림을
그것이 네가 타고난 별의 흔적이며,
세상에 네가 남길 단 하나의 빛이다
난 무엇을 타고나는가,
그 답은 이미 내 안에서
조용히 숨 쉬고 있다.